요즘 단연 흥미로운 장면은 대선후보 연설이다. 박진영의 잣대론 모두 탈락이다. 맥락없이 엉뚱한 대목에서 힘을 준다. 후보를 짝짓기 해 2자든 5자든 상관없다. 정치 무관심층을 몰입시킬 만한 선수가 없다. 누구는 오랜 눌변이고, 또 다른 이는 목을 긁으며 느닷없이 볼륨을 키워 시쳇말로 깬다. 1980년대 문전성시를 이뤘던 웅변대회에서도 입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전달력이 아쉬우면 내용이라도 알차야 하는데, 각 주자의 말엔 상대를 비방하는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패권ㆍ적폐란 말은 벌써 고장난 레코드에서 무한재생되는 단어가 됐다. 나만의 스토리가 없으니 진정성도, 공감도 빈약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같은 정치인은 우리에겐 먼 미래임을 느낀다.
더 가관은 문슬림(문재인+무슬림)이니 안슬림(안철수+무슬림)이니 하며 각 지지층이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양태다. 대권을 코 앞에 두고 하는 사생결단식 경쟁은 권력의 속성이다.
하지만 품격을 잃어버리면 현미경 검증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박정희ㆍ박근혜는 잊혀진 계절이 돼가고 있는데, 그들의 레토릭을 유통해서야 되겠는가. 팬덤이 적폐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