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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농식품 수출, 교토삼굴의 지혜로
작년 우리 농림수산식품 수출액은 86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7%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경기침체, 유가하락 등으로 제조업 등 다른 분야의 수출이 저조한 가운데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진 결실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대 중국 수출은 2014년 이래 3년 연속 감소했지만 농림수산식품 분야는 오히려 8.3% 증가하여 우리 농식품의 저력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이러한 훈풍 뒤에 태풍이 불어 닥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사드 배치 문제로 지난 해 중국 내 한류 금지령, 즉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진 후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나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을 금지하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제품 불매나 한국기업의 영업활동 제한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유통마트에서 한국 제품을 철수한 최근 사례로 불안감이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아직까지 수출 농식품에 대한 규정 이상의 제재는 없지만, 장류ㆍ막걸리ㆍ과자류ㆍ음료류 등에서 통관심사 강화나 통관 지연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3월 들어서는 통관 차질 등으로 음료, 조제분유와 같은 주요 가공식품의 주문이 감소하기도 했다.

유통 과정에서 부패, 변질이 쉬운 농산물의 경우 통관 과정이 길어지면 품질유지가 어렵고, 그에 따른 보관ㆍ관리비용도 막대하다. 공산품에 비해 규격화, 표준화가 어렵기 때문에 샘플검사, 성분표시, 라벨심사, 서류요건 등 통관절차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비관세 장벽과 같은 통상 제재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우회적인 통상 압박에 직격타를 맞을 우려가 있다.

우리 경제는 GDP의 약 50%를 수출에서 얻는다. 대외의존도가 높아 대외 변수에 매우 민감하다. 작년 컨설팅 업체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의 조사에서는 한국의 중국 경제의존도가 세계 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한한령에 나라 전체의 수출이 흔들리고, 내수경제에도 타격을 준다면 지금과 같은 수출 형태를 지속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농식품 수출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국가별 농림수산식품 수출 비중은 일본 22.1%에 이어 중국이 17.2%, 미국 11.1%로 상위 3개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국가들에 편중된 농식품 수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신규 시장을 발굴, 육성해야 한다. 농식품 수출의 골든타임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본격적으로 미개척 시장에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5개 권역 20개국(최우선 5개국, 차순위 15개국) 소비자의 식탁에 우리 농식품을 올리기 위해 오는 5월부터 수출업체, 유관기관 등으로 구성된 12개 팀, 총 80여명의 민ㆍ관 합동 시장개척단을 파견하여 현지 바이어 상담회, 참가업체 상품 체험 행사, 테스트 통관, 유통망 조사 등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최우선 전략 국가는 인도, 브라질, 카자흐스탄, 이탈리아, 남아공이다.

전 세계 18억 무슬림의 1조1730억 달러(1349조원)에 달하는 할랄 식품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aT는 지난 달 중동지역 공략을 위해 ‘2017 두바이 식품박람회’에 참가하여 할랄 등 국내외 인증 품목을 집중 소개하고, 음식 한류를 이어가기 위한 식문화 홍보를 벌였다.

이번 중국 한한령으로 수출업계 전반이 수출국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러한 공감대를 농식품 수출의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자. 현명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놓는다고 한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로 어려운 때를 대비해, 우리 농식품 판로를 다양하게 확보하자.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식품 수출 구조 구축을 통해 우리 농식품 수출의 제2의 도약을 준비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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