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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안선따라 ‘기암 동물원’ 에 ‘괴석 만물상’…독도는 ‘보물섬’
91개섬에 주민 3000명…외로운섬 옛말
사자바위·거북바위·독립문바위에
황조롱이·물수리·바다제비등 천연기념물
해국·땅채송화 등 60종 야생화 서식


강릉 정동진, 동해 추암, 포항 호미곶, 울산 간절곶, 제주 성산이 경합을 벌인다. 저마다 대한민국에 첫 햇살을 비추는 곳이라고 주장하지만, 모두 틀렸다. 매일 우리나라 첫 태양은 독도가 인도한다.

대한민국은 독도에서 시작한다.

울릉군민의 표현대로 파도가 ‘장판’ 같이 잔잔하던 3월22일 독도는 다시 육지의 이웃을 반갑게 맞았다. 365일중 55일 정도 접안할 수 있기에 15%의 당첨률을 통과한 것이다. 독도로 가는 씨플라워호 배 승객들은 좁쌀만한 독도의 윤곽이 보이자 “앗, 독도다”라며 앞쪽으로 몰려든다. 독도는 이름만 들어도 어떤 느꺼움을 분출케 하는 원형상징이다.

하선 이후, 첫 느낌은 감격이고, 두번째는 아름다움이다. 세번째 느낌은 ‘홀로 독(獨)’자가 적절치 않다는 것.



▶활기찬 독도= 독도는 혼자가 아니었다. 무려 91개 섬이 일가를 이뤘고, 3000여명의 등록 주민을 보유하고 있었다. 독도의 경치는 바다위의 만물상 같다. 독도는 청록빛 바닷물, 기암괴석, 연초록 봄풀, 작지만 강한 봄꽃, 물새 떼의 비상으로 아름답고 활기찼다. 여행자들은 저마다 미리 준비한 태극기를 꺼내들고 독도수호 인증샷을 찍기에 바쁘다.

배에 탄 채 만나는 서도(西島)의 북쪽, 삐죽 나온 것이 탕건봉과 가제바위 군(群)이다. 서도의 서쪽에는 코끼리바위, 넙덕바위, 군함바위, 상장군 바위, 지네바위가 남에서 북으로 도열해 있었다.

동도(東島)에 접안한 뒤 북쪽 조망지점에 서면, 서에서 동으로 촛대바위, 삼형제굴바위, 닭바위가 차례로 보인다. 동도로 진입하는 이사부길 초입의 오른쪽에 부채바위가 있고, 왼편엔 독도를 지키던 의용수비대원들이 침략자 격퇴용 칼을 갈았던 숫돌바위가 자리한다.

배로 선회할 때나 구경할 수 있는 동도의 남쪽에는 해녀바위, 춧발(‘튀어나온 곳’이라는 사투리)바위가, 동쪽에는 전차바위, 얼굴바위, 독립문바위가 있고, 북동쪽 끝에 그 유명한 한반도 바위가 산중턱 올라 앉은 채, 독도 근해에 검은 발을 담그려는 일본을 노려보고 있다.

무려 91개 섬이 굳은 대오를 형성하며 믿음직스럽게 국토를 지킨다. 혼자가 아닌 독도의 ‘독’자를 굳고 신실하며 인정 많다는 뜻의 ‘도타울 독(篤)’으로 해도 괜찮겠다.

통째로 천연기념물인 독도에는 황조롱이, 물수리, 바다제비 등 약 60여 종의 희귀 철새와 해국, 땅채송화 등 60여 종의 야생화가 서식한다. 무엇보다 엄청난 수산자원과 지하자원을 보유한 곳이다. 일본 침강설, 동해 융기설 등 지질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독도는 우리가 한치 양보 없이 지켜야할 보물이다.

다 둘러볼수 없는 미완성 여행이라도 발 딛은 것만으로 차고 넘친 독도 체험에 비해, 울릉도는 수백년 잇지 못한 일주 도로 공사를 벌이는 등, 유네스코 자연유산 후보 다운 국제 관광지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우산국의 대마도 정벌설= 독도가는 배를 타는 울릉도 남동쪽 사동항에서 해안선을 시계방향으로 돌아 북동쪽 관음도까지 가는 거리는 50㎞. 이 해안선은 기암괴석 동물원이고, 지질박물관이며, 내륙은 거대한 곶자왈, 약초, 약나물, 약소(牛)의 산실이다.

울릉읍 사동리 안평전 마을 산기슭에 착상한 울릉관광호텔ㆍ드림관광펜션을 떠나 사동항으로 내려가 2022년까지 완공될 울릉공항 부지를 지나면 가두봉과 사동몽돌해수욕장을 만난다. 여름이 되면 이곳엔 스노쿨링과 바나나보트 등 레포츠가 펼쳐진다. 주상절리의 세로 주름이 진 내륙쪽 절벽과 절리 뭉치가 가로로 바다 위에 누워있는 장작바위가 대조를 보인다.

조금만 더 가면, 어미거북은 오르고 아기거북은 내려가는 거북바위를 만난다. 촬영포인트이자 더덕차 마시는 곳이다. 해안도로가 좁아 차량 교행때 양보가 필수이고, 운전자끼리 서로 감사의 손짓을 하는 모습이 정겹다.

얼굴바위와 군인들의 모자를 닮은 투구봉를 지나 남양마을에 이르면 신라 장군 이사부의 우산국 정벌 흔적이 있다. 바로 사자바위이다.

우산국은 우해왕(于海王) 재위때 멀리 대마도 원정까지 나설 정도로 작지만 강했던 독립국가였다고 향토사학자들은 말한다. 대마도 왕의 딸을 왕비로 삼아 자식을 하나 두었는데, 왕비가 죽자 우해왕이 연일 술을 마시며 비관했고, 우산국 국력도 약화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사부는 1차 원정에서 실패했고, 2차 원정때 사자 형상을 뱃머리에 달아 총공세를 편 끝에 정벌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남근 바위를 지나자 운전기사가 “울릉도에도 고속철이 있다”고 했다. 오목한 자연절벽에 바다쪽 반(半) 만 덮은 사태감 터널이 멀리서 보면 기차를 닮았다는 점 때문에 너스레를 떤 것이다. 다시 공룡바위, 곰바위를 지나 북서쪽 끝 태하항에서 모노레일을 타면 ‘한국의 10대비경’에 선정된 절경을 보게 된다. 리아스식 해안선 육지 끝부분에 노인봉, 송곳봉 등 불쑥 솟아 코뿔소 몇 마리가 도열한 듯한 느낌도 준다.

북쪽 직선형 해안로에선, 바다의 코끼리바위 쪽으로 육지의 송곳봉이 살짝 허리 숙인 듯한 모습이 보인다. 이곳 평리에서 가수 이장희가 농사를 지었다. 내륙으로 오르면 나리분지에선 너와집 등 고원의 생태를 맛보게 된다. 덜 녹은 눈이 밭가에 보이고 아직도 땔감으로 쓰는 장작이 쌓여 있어, 옛 추억을 돋게 한다.


▶저동어화 생활상도 울릉8경= 옥황상제의 딸 셋이 아버지와의 약속을 어겼다가 바위가 된 삼선암을 지나 관음도에 이르면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 2019년이면 터널, 해안도로 정비로 일주도로가 완성돼 수백년 묵은 울릉도 숙원이 이뤄진다.

관음도는 육지였다가 떨어져나갔기에 ‘땅섬’으로 불린다. 4년전 현수교를 놓아 마음놓고 드나들수 있다. 다리 모양은 일본 큐슈 유후인 ‘꿈의 현수교’를 닮았다. 곳곳에 동백꽃이 피어 있고 억새가 나풀거려 낭만적이다. 울릉도의 동백은 주홍에 가깝고, 잎사귀의 광택이 더 빛난다. 여름 빼곤 늘 피기에 동백 외에, 춘백,추백도 있다.

솥뚜껑모양의 관음도 한가운데 고원에서 소를 키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무인도이다. 북동쪽 해안절벽에 있는 높이 약 14m 관음쌍굴이 절경이다. 해적 소굴이었다는 설도 있지만, 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약수를 마시면 무병장수하기에, 다른 사람 못오게 할 목적으로 퍼트린 얘기일지도 모른다.

갔던 길 50㎞를 그대로 돌아 나와 도동 케이블카 탑승장에 가면 독도박물관 인근에 ‘대마도가 한국땅’이라는 뜻의 對馬島本是我國之地(대마도본시아국지지)라는 석상이 높이 세워져 있다. 지난해 가을 포켓몬고 열풍때 이 비석 문구는 울릉도 체육관 노릇을 했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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