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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인 상태다. 지난해 말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로 일본은 ‘한국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자국 주한대사를 소환해 현재까지 귀임시키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의 역사수정주의를 둘러싼 독도 문제 및 교육지도요령 개정 등으로 반일(反日)감정이 깊어지고 있다. 돌파구는 없을까. 기무라 칸(木村 幹) 일본 고베대학교(神戸大学) 교수는 얽히고설킨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일관계는 과연 중요한가’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성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문제는 한일 관계를 정체시킨 핵심 의제다. 한국의 경우, 일본의 역사의식을 불신해 정부가 추진하는 한일 교섭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사진=게티이미지]
 일본의 경우 한국 정부가 한일 기본 조약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협약에 대한 해석을 여러 차례 변경한 것에 대한 불신감이 짙어진 상태다. 한일 청구협정 이후 전두환 정권은 1983년 일본으로부터 개발원조(ODA) 명분으로 얻어낸 60억 달러의 안보분담금과 한일 청구협정 이후 불거진 한일 위안부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기무라 교수는 “아베 정권 내부 뿐만 이날 일본 언론과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이제 한국과의 일이라면 내버려두자’는 기조가 강해졌다”며 “한국 정부가 ‘신뢰할 만한 상대’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 정권에서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한 미국의 압력이 있으면 역사문제를 두고 한국이 ‘양보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때문에 차기정권이 역사문제를 두고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더라도 트럼프 정부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아베 총리가 이에 응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한국이 일본의 역사왜곡에 반발해도 미국이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상, 아베 총리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기무라 교수는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형성하려면 양국이 ‘한일관계는 중요하다’는 전제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어 일본은 안보 면에서 중요하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 주둔한 주일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가장 먼저 지원에 나설 뿐만 아니라 북한 핵ㆍ미사일을 둘러싼 위성정보도 먼저 제공할 수 있다. 지난달 22일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일본은 우주에 띄운 정찰위성 덕분에 이를 즉각 알아차렸지만, 하필 미사일이 발사 직후 몇 초만에 폭발하면서 우리 군의 레이더는 궤적을 전혀 탐지하지 못했다. 해군의 이지스함 레이더나 그린파인 레이더는 미사일이 솟구쳐 대략 2분은 지나 공중에 떠 있어야 탐지가 가능하다. 일본에게도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자국 자위대의 정당성과 중국의 세력확장을 견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금융 안정성을 위해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가 필요하다면, 일본은 통화스와프를 매개로 중국 패권확장을 견제할 수 있었다. 익명의 금융전문가는 “다른나라와의 통화스와프 규모는 크면 클수록 좋다”며 “중국과의 통화교환 체계가 있지만, 이는 위안화ㆍ원화 교환체계에 불과하고 실제 자금이 적용되려면 안전자산인 엔화가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전문가는 “일본은 스와프 협정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넓혀왔다”며 “한국과의 스와프 협정이 나쁜 조건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역사문제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는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초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일본과 대화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펼쳤고, 그 결과 일본은 박근혜 정권의 접근을 ‘고자질 외교’로 프레임했다. 박근혜 정권은 일본의 역사인식을 끊임없이 문제제기해 미국이 중재를 이끌어냈고, 역사문제를 쟁점화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관은 “일본의 사과를 얻어내려면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외교는 당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독일조차 자국 ‘식민국가’에는 사과하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인 만큼, 외교적으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일본에 책임을 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무라 교수는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도 한일 관계가 필요한 지에 대한 재고가 양측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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