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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터에 홀로 놀며 아이들을 바라봤다”…이웃주민 기억 속 ‘초등생 유괴ㆍ살해’ 10대 소녀
-“아이 키우기 좋은 곳으로 소문”…같은 아파트 주민 충격
-피의자 가족 기억하는 주민 거의 없어…이웃 왕래 적은 듯

[헤럴드경제(인천)=신동윤ㆍ박주영 기자] “A 양이요? 이번에 사건 터지면서 알게 됐지. A 양도 그 집 가족도 거의 만나보지 못했어요.”

30일 오전 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 단지. 이곳 분위기는 전날 오후 발생한 살인 및 사체유기 사건으로 인해 뒤숭숭했다. 아파트 곳곳에서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난 사건을 비롯해 피의자 A(17) 양, 피해자 B(8) 양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8세 여자 초등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A(17) 양이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옥상 내 물탱크 건물로 통하는 문. A양은 전날 오후 1시께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B(8)양을 꾀어 유인한 뒤 공원 인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박주영 기자/jupark@heraldcorp.com]

사건이 발생한 곳 옆 라인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이곳이 살기 좋고 아이 키우기 안전한 곳이라 소문이나 일부러 이사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사건이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아파트 주민은 “우리 집에도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데, 이제 엄마들이 순찰대라도 만들어 같이 아이들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지난 29일 오후 12시 47분께 인천 연수구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B 양을 핸드폰을 빌려주겠다며 유인한 뒤 공원 인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A 양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발견될 당시 B 양의 시신은 대형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아파트 옥상 내 물탱크로 추정되는 별도 건물 위에 놓여있었다.

A 양과 B 양이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다른 동에 사는 이웃 주민이라는 사실에 대해 해당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했다.

B 양이 자신의 손녀와 같은 학원을 다니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할머니는 “B 양이 학원을 오갈 때 항상 혼자 돌아다니는 듯 했다”며 “손녀 친구인데 이런 일을 당해 너무 불쌍하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동 맞은편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평소 A 양의 모습에 대해 똑똑히 기억했다. 이 주민은 “매일 낮 혼자 놀이터에서 놀며 다른 아이들을 수상한 눈길로 바라보는 단발머리 여학생을 본 적 있다”며 “그 학생이 들어간 문을 떠올려보니 A 양이 맞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양은 지난해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부적응을 이유로 자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오랜 기간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 주민 가운데서는 A 양과 A 양의 가족들의 모습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평소 이웃 주민과의 왕래도 많지 않은 듯 같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했던 주민조차 A 양과 그 가족들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같은 라인에 사는 한 주민은 “어제(29일) 경찰이 사진을 들고 다니며 (A 양에 대해) 물어보는 바람에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라인에 사는 다른 주민은 “여고생이 살고 있다는 사실만 알 뿐 다른 점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A 양이 B 양을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옥상은 평소에도 누구나 출입이 가능해 안전 문제가 제기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아파트 한 경비원은 “지은지 20년이나 된 아파트인데다 소방법상 간이 고리만 열면 주민이 아닌 누구라도 옥상에 올라갈 수 있는 구조”라며 “간밤에 순찰 차 올라갔다 술ㆍ담배를 하는 비행 청소년들에게 폭행당할 뻔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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