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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 321호법정…‘피의자’라 부르며 ‘13가지 혐의’ 따진다
영장실질심사 어떻게 진행되나

판사, 피의자 호칭 심사시작
범행경위·동기 등 캐묻고
朴전대통령 의견·심경 답변

박근혜(65) 전 대통령도 법 앞에서는 일반 국민과 다르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 최고 통수권자였던 박 전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구속 여부를 판단할 젊은 판사 앞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자기 변론에 집중했다.

이날 오전 10시18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담담했다. 1997년 법원에서 구속여부를 판단하는 영장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영장심사를 위해 법정에 서는 첫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경찰들과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도로 앞에 드러누워 도로를 막아서며 ‘법원으로 보내지 않겠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를 받는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은 99㎡(약 30평) 남짓한 공간이다. 자신이 머물던 청와대 집무실보다 훨씬 작은 이 곳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구속의 부당함을 항변하고 있다. 심리는 10시30분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법정 한 가운데 위치한 증인석에 앉았다.

심리를 맡은 강부영(43)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맞은 편에 앉았다. 판사석이 증인석보다 높게 설계돼 있어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를 올려다보며 질문에 답해야 한다. 법정 왼편에는 검찰(한웅재ㆍ이원석 부장검사 등)이, 오른편에는 변호인단(유영하ㆍ정장현 변호사 등)이 앉았다. 방청객은 들어갈 수 없다.

강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로 호칭했다. 검찰은 지난 21일 조사과정에서 ‘대통령님’이라고 불렀다.

검찰측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힌 내용을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설명하고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혐의별로 반박하면서 이미 공범들이 상당수 구속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 판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궁금한 점을 묻는다. 혐의를 인정하는지, 범행의 경위와 동기가 무엇인지, 일정한 주거나 직업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지고 있다. 강 판사는 이를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킬 충분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한다. 박 전 대통령이 총 13가지나 되는 혐의를 받는만큼 쟁점별로 심리가 이뤄질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심경을 밝힐 수 있다.

롯데면세점과 백화점 입점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신영자(74) 롯데 장학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40분에 걸쳐 신세한탄을 하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영장심사는 통상 휴식 없이 신속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심사가 길어지면 재판부는 휴식시간을 갖도록 명령할 수 있다. 이 때 박 전 대통령은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날 영장심사가 역대 최장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강 판사가 홀로 검토해야 할 자료가 12만 쪽이나 될 정도로 방대하다.

강 판사는 서울법원종합청사 803호 자신의 사무실로 이동해 외부와 연락을 끊은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강 판사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영장만 심사할 수 있도록 했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는 31일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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