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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수소시대를 준비하자
김동인은 1930년대 소설 ‘붉은 산’을 통해 일제강점기 조국상실과 수탈의 비애를 표현했다. 경제학 관점에서 붉은 산은 인구증가에 따라 에너지가 고갈되고 산림훼손도 심각했던 당시 생활상을 반영한다. 수천년간의 목재에너지 시대가 저무는 시기였으나 화석연료를 활용할 생태계도 형성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이후 백년이 채 지나지 않아 선진국들은 탄소에너지 시대의 정점을 넘어 온실가스가 없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금년 국정운영방침 연설의 십분의 일 이상을 수소사회 준비 강조에 할애했다. 수소는 에너지 안보와 온난화 대책을 위한 비장의 카드로 정책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일본은 가정용 수소연료전지가 10만개를 넘어섰고, 수소차 충전소도 80곳이 넘는다. 독일도 차량제조 기업과 에너지 기업이 함께 수소생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수소차 충전소도 2023년까지 400곳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왜 수소인가? 첫째, 신·재생에너지와 어울린다. 수소는 물(H2O)처럼 대부분 화합물 형태로 존재한다. 다만 수소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이미 호주와 수소 수입계약을 체결하고, 액화선박 등 운반 효율성 향상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둘째, 효율이 높다. 차종별 에너지 효율성을 측정하기 위해 WTW(Well to Wheel)이라는 지표가 사용된다. 원유의 에너지 총량에서 실제 자동차 주행으로 활용되는 에너지량의 비율을 나타낸다. 가솔린 차량은 20%를 넘지 못하지만, 통상 수소차는 30% 초반, 전기차는 30% 중후반 정도로 분석된다. 수소 생산기술이나 연료전지기술이 아직 초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셋째, 연관 산업이 다양하고 응용범위가 넓다. 수소에너지가 보급되기 위해서는 생산, 운반, 저장, 공급, 이용 등 여러 산업이 함께 발전되어야 한다. 수소차 제조만 하더라도 천여개의 부품업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충전없이 일주일을 사용하는 노트북, 하루 종일 날 수 있는 드론 등 무궁무진한 곳에 적용될 수 있다.

자연은 인간이 손쉽게 수소를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수소는 부피가 크고 끓는 점이 낮아 여러 기계적, 화학적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효율적 이용이 가능하다. 막대한 투자와 에너지 가격변동 등 위험요인은 대기업도 나서기 어렵게 만든다. 바꿔 생각하면,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과 민간의 노력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산업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우리도 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수소, 전기 충전기능과 휴게기능을 갖춘 복합휴게충전소 200곳을 2025년까지 민간투자 방식으로 건설한다. ‘꽃’을 심어놓고 ‘꿀벌’이 늘어나기를 기다리는 셈이다. 휴게소에서 나오는 수익을 수소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해 중소기업, 창업기업들이 생태계를 형성하도록 지원한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할인하고, 수소 렌터카 영업규제도 개선하는 등 정책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미래는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선제적 투자를 못하면 우리 경제는 영원히 추격자 모델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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