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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지뢰제거작전 부모동의서 파동, 軍 체질개선 계기돼야
육군의 한 공병부대가 지뢰제거 작전을 수행하면서, 부모 동의서를 받았다는 사실은 심각한 면피주의에 빠진 우리 군의 지휘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동의서는 형평성의 문제를 불러온다. 해당부대는 다음 달부터 두 달간 6·25 때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대상 장병들을 선발했고, 부모에게 동의서를 보내 동의하지 않은 장병 3명을 작전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작전 때도 마찬가지였으며 당시엔 5명이 제외됐다. 위험한 작전에 자식을 내보내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나. 전쟁 때라면 죽음도 불사해야 할 군에서 동의서에 따라 작전 참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동의서가 지휘관 면책의 사유는 되지 못한다. 부대장쯤 되는 지휘관이 그걸 모를리 없다. 문제는 해당 지휘관이 왜 그같은 동의서를 받아야 했느냐는 점이다. 그는 관행을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양욱 수석연구위원은 “육본 합참의 공식 지시사항은 아니지만 작전 수행 이전에 부모 동의를 받는 사례는 그동안 있어왔다”고 말한다. 그 부대에만, 그 지휘관만 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동의서는 북한의 목함지뢰도발 사건이나 윤일병 사건 등으로 병영문화 혁신의 일환으로 군 지휘관과 부모간 SNS 등을 통한 소통을 늘리면서 생겨난 일종의 부작용과도 같다. 지금 지휘관들은 시도 때도없이 민원을 넣는 부모들 때문에 정상적인 부대업무 수행에 지장을 받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다리 아픈 아들 경계근무 빼달라거나, 식사 메뉴를 물어보는가 하면 심지어 어떤 아버지들은 부대행군을 차로 따라다니며 휴식시간마다 자식에게 간식을 먹이기도 한다. 이쯤되면 거의 헬리콥터맘 수준이다.

이번에도 군 당국은 부모들의 걱정이 커져 배려하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선의 배려는 철저한 안전교육과 훈련으로 사고를 최대한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다. 전쟁중이 아니라면 군의 전투력은 훈련으로 유지되고 향상된다. 그런데 우리 군의 현실은 훈련보다 훈련중 안전사고 방지에 더욱 주력한다. 지휘관의 능력은 전투력 향상보다 사고없는 관리로 평가된다. 강도높은 훈련이 이뤄지기 어렵다.

훈련이나 작전 중 발생한 사고에는 명확하고 상세한 기준으로 지휘관의 책임을 가려야 한다. 이번 동의서 파동이 군 체질개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군의 처절한 반성과 함께 지휘관의 책임의식과 군인정신의 재정립 방안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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