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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읽어주는기자] 지금 한국축구에 필요한 전술 2가지
-1997년 ‘붉은악마’ 김수한 기자의 축구 이야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 축구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고전하고 있다. 벌써 2패를 안았고, 어제(28일)는 같은 조 최약체로 꼽혔던 시리아에 진땀승을 거뒀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 대한 비관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쯤에서 한국 축구를 위한 다양한 제언들이 각계각층에서 쏟아지고 있다. 기자 또한 한국 축구에 전하고 싶은 오래된 제언 2가지가 있다. 반달패스와 2대1 패스. 이 2가지다.

이 제언은 축구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미흡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한국축구 팬으로서 지금의 상황에서 ‘원포인트’ 처방을 얘기해야 한다면 주저없이 들고 싶은 2가지다.

한국팀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서면 언젠가 이뤄질 플레이다.

유럽의 세계적 프로축구팀에서는 언제나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플레이다. 남미팀에서도 곧잘 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이런 플레이는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팀에서는 도통 볼 수 없는 플레이다.

반달 패스와 2대1 패스. 이 2가지만 한국팀이 제대로 선보일 경우 지금까지 보여왔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예선전에서의 부진을 말끔히 씼을 수 있지 않을까.

반달 패스는 공격 중 상대팀 골문으로 반달처럼 휘어져 들어가는 패스다. 정식 명칭은 따로 있겠지만, 패스의 모양이 반달처럼 생겨 기자는 ‘반달 패스’로 부른다.

반달 패스는 이런 모양으로 전개된다.(그림: 유튜브 캡처)









반달처럼 휘기 때문에 상대 골문으로 달려가는 공격수의 발 끝에 편안하게 도달하는 패스지만, 뒷걸음질치는 수비수 입장에서는 자신을 멀리 돌아가는 그야말로 ‘킬패스’다.

이 패스가 상대 골문을 향해 제대로 전개되면 사실상 골과 다름없는 상황이 된다.

이 패스를 모르는 축구인들은 없다. 다만 우리 K리그에서나 한국대표팀 경기에서 도통 찾아볼 수 없을 뿐이다.

그 이유를 기자는 ‘지능적’이지 못한 패스 플레이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한국 축구에서 패스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툭툭 차내는 식으로 전개된다.

공을 잡은 뒤 창조적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패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잠깐이라도 지체하면 욕을 먹는 한국의 축구 문화가 창의적이지 못한 한국팀 패스로 귀결된 건 아닐까.

타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패스는 긴박하지 않다. 바쁘더라도 공을 잡고 그라운드의 판세를 읽은 뒤 거기에 맞게 창조적 패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생각 있는’ 플레이에 팬들은 환호한다. 어제(28일) 기성용 선수가 유독 국민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이유도 팀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생각하는’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다.

반달 패스 외 또 하나의 패스는 메시 등 세계적 축구스타들이 골을 넣을 때 즐겨 사용하는 2대1 패스다. 서양에서는 흔히 ‘원투패스’라 부른다.

2대1 패스는 밀집수비를 깰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술이다.

밀집수비 앞에서 옆으로 전개된 패스가 다시 밀집수비를 뚫는 ‘쓰루’패스로 연결되면 바로 공격수와 골키퍼의 1대1 상황이 된다. 메시나 네이마르 같은 세계적 선수의 경우 이런 기회를 거의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한다.

쉽게 말해 이런 식이다. (그림: 유튜브 캡처)










최근 세계적 축구대회를 휩쓸었던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 역시 골문 앞에서는 2대1 패스로 결정을 짓는다.

2대1 패스가 세계적 선수들만 할 수 있는 고차원의 플레이는 아니다. 세계적 조류에 민감한 일본 축구도 패스를 통한 점유율 축구에 사력을 다하며, 골문 앞에서는 2대1 패스를 곧잘 시도한다. 동네 축구에서도 2대1 패스는 흔히 볼 수 있다.

다만 이 패스는 밀집수비를 뚫은 뒤 반드시 결정지을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있을 때 빛난다. 세계적 레벨에 오른 각국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2대1 패스로 밀집수비를 뚫으려면 상당한 용기와 자신감, 팀 동료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한국팀에서 유독 2대1 패스가 나오지 않는 건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팀웍의 문제가 아닐까. 서로 한 팀원으로서 신뢰하지 못한 상황에서 2대1 패스는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 후 주장인 기성용과 팀내 고참인 구자철이 선수들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도 이런 맥락 아니었을까.

기성용은 경기 후 “감독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다음 A매치까지 각자 경기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감독이 아무리 좋은 전술을 짜도 선수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대표팀 9년 동안 감독이 5번이나 바뀌었다. 책임은 감독만 지고 있다.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구자철 또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선수들이 얼마나 큰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정신적으로 준비가 됐는지 대화를 해야 한다”며 선수들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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