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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이자가 가계저축을 까먹고 있다
국민들이 열심히 저축을 하고 있지만, 이자소득으로 대출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 됐다. 저금리로 저축이자는 ‘쥐꼬리’가 된 반면 빚이 크게 늘면서 대출이자는 ‘눈덩이’가 된 탓이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예금이 적고, 대출이 많아 실제 생활에서의 빚부담은 더 엄청난 셈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국민계정 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의 이자소득 잠정치는 36조1156억원으로 2015년(38조1717억원)보다 5.4%나 줄었다. 연간 이자소득은 1996년(32조8927억원) 이후 20년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저축을 덜 해서가 아니다. 지난 해 가계 총저축율은 8.3%로 전년과 같았다.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서 가계의 순저축액도 2015년 79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81조8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 증가했다. 그런데도 이자소득이 줄어든 것은 저금리로 이자율 자체가 낮아진 까닭이다.
반면 지난해 가계가 이자로 지출한 금액(이자비용)은 41조7745억원으로 전년보다 12.6%(4조6624억원) 급증했다. 이자지출이 늘어나기는 2011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11.7%인데 그 보다 훨씬 더 많이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은행(9.6%)보다 2금융권(17.1%)이 더 높았던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결국 가계의 이자소득에서 이자지출을 뺀 ‘이자수지’는 지난해 5조658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한은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5년 이후 첫 적자이다. 이자수지는 외환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0년 20조2501억원까지 늘었지만 2004년 13조8897억원에서 2005년 5조8503억원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2015년 흑자가 1조596억원으로 축소됐고 급기야 작년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한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저금리로 이자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면서 이자로 낸 돈이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금리 기조는 수신금리를 바닥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가계대출이 1300조원 넘게 급증하는데 영향을 줬다. 여기에 은행권 여신심사 강화 등으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가계 이자지출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저축은행의 경우 작년 말 가계대출 잔액은 18조2849억원으로 1년 사이 33.5% 늘었다.
금융기관들의 예대마진 확대도 또다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은행들은 작년 6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한 뒤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많이 내렸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저축성수신금리를 뺀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89%포인트로 2015년보다 0.1%포인트 확대됐다.
이자수지 악화가 전체적인 가계소득을 줄이고 소비 부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 1632조6000억원 가운데 가계소득 비중은 56.9%로 전년대비 0.3%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정부가 원리금 동시상환을 강조하고 있어 소비를 줄여 빚을 갚는 가계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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