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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이민화 KCERN 이사장·KAIST 교수] ‘제품-서비스 융합’으로 제조업을 혁신하자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제품의 혁신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에서 빛났다. 제품인 아이팟의 성능은 MP3기기 중 최고가 아니었으나 서비스인 아이튠즈와 결합하면서 시장을 석권했다. 제품-서비스 융합(PSS·product service system)의 아이콘인 아이팟과 아이튠즈는 다시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진화하면서 800조가 넘는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 PSS의 개념이 등장했다. PSS는 영국의 Financial Times에서 향후 20년을 주도할 새로운 학문으로 소개된 서비스 사이언스의 일환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유형의 제품과 무형의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융합된 시스템’이라는 게 통상적 정의다. 하지만 학자들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존재한다.

PSS란 기존의 제조기업 혹은 서비스기업이 ‘제품의 서비스화’ 혹은 ‘서비스의 제품화’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가 통합된 E2E(End-2-End)의 가치사슬화된 사업을 의미한다. 애플이 제품을 서비스화 했다면 아마존은 에코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서비스를 제품화하고 있다. 그리고 고객을 위한 통합적 가치를 제공한다.

서비스가 OECD 경제의 70%가 넘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탁이지 세탁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제조업은 서비스와 융합, 새롭게 진화해야 할 때가 됐다. 1990년대 등장한 서비스융합이 한국 제조업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4차 산업혁명에 수반된 사물인터넷/클라우드/인공지능의 삼지창 기술 때문이다. 과거의 개념이 신기술로 부활하고 있다.

캐터필러나 두산 밥캣은 중장비 출고 이후에도 IoT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장비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조업이 제품의 가치사슬 전 영역에 걸쳐 고객과 연결돼 간다. 바로 IoT의 데이터 수집과 클라우드의 빅데이터 저장과 인공지능의 분석역량의 결합이다. 한국타이어와 넥센도 T-스테이션과 타이어 렌탈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결된다.

우버, 에어비앤비, 쏘카 등 수많은 O2O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본질적으로 PSS형태의 사업이다. 제품이 공유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화한 것이다. 바디프렌드나 코웨이 같은 렌탈서비스도 동일한 개념의 사업모델이다. 소유가 공유로 진화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속성이다.

이런 PSS 개념은 새로운 벤처 스타트업들에도 일반화되고 있다. 기업가치가 1조가 넘는 거대 스타트업인 유니콘 사업모델의 70%는 O2O 융합이다. 그들은 현실과 가상이 인간을 중심으로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적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피트니스업체인 핏빗(Fitbit)은 제품에서 생체신호를 획득해 클라우드에 빅데이터를 만들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의 제조업체들도 제품에 IoT를 부가해 출고 이후에도 고객과 실시간 접점을 갖도록 해야 한다. 표준화된 IoT기술이 데이터 획득을 도와줄 것이다. 개방 클라우드 서비스와 오픈소스화된 인공지능은 누구나 활용 가능하다. 약간의 노력으로 고객가치를 획기적으로 증대시켜주는 게 4차 산업혁명이 주는 기회다. 그리고 기업의 가치사슬을 재설계하는 서비스 디자인적 접근으로 고객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올리자.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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