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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판사 500명 중 91% “법원장 인사권 의식한다”
-인권법연구회, 설문결과 공개…제도 개선요구
-“법관 사회 관료화 여실히 보여줘” 질타 쏟아져


[헤럴드경제=김현일ㆍ이유정 기자] 전국 판사 501명 중 97%는 “법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사법행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장이나 소속 법원장의 정책에 반하는 의사 표현을 해도 보직과 인사평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88.3%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법원 내 판사들의 최대 학술모임으로 꼽히는 국제인권법연구회(회장 이진만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는 25일 ‘국제적 비교를 통한 법관 인사제도의 모색-법관 독립강화의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이같은 설문조사를 공개했다.

앞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행사를 축소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문이 일자 이달 17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퇴하는 등 법원 내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이인복 전 대법관(현 사법연수원 석좌교수)을 필두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전경.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집중된 인사권에 대해 최근 일선 판사들의 비판이 고조되면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때문에 이날 행사에서 공개될 전국 판사들의 설문 결과에 대해서도 법조계와 언론의 관심이 높았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지난 2월9일부터 28일까지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전국 판사들을 상대로 ‘법관 인사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501명의 판사가 응답했다.

이날 ‘법관의 독립확보를 위한 법관 인사제도의 모색’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영훈(43ㆍ사법연수원 30기)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직접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김영훈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25일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전국 판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따르면 ‘상급심 판례에 반하는 판결을 한 법관도 보직이나 평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다’는 명제에 대해 응답자 중 45.3%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행정부 또는 특정 정치세력의 정책에 반하는 판결을 한 법관이 불이익 받을 우려가 없다’는 명제에 대해서도 47%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관들이 소속 법원장의 권한을 의식하느냐’는 설문에도 91.6%가 "의식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측은 이번 설문 결과를 두고 “법관이 국민의 인권보장이라는 사명보다 인사권자의 기준을 더 의식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법관 사회가 관료화됐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도 “법관들이 이런 불이익을 걱정한다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법관의 관료화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민주적으로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설문에는 단독판사(42.7%)와 배석판사(32.7%)의 응답 비율이 높았다. 부장판사 이상 고위직 판사들의 응답율은 낮았다. 김 판사는 “단독판사와 배석판사들이 사법행정에 대해 관심이 높다. 그만큼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분도 많아 응답 비율이 높은 것 같다”면서 “판사 생활을 오래한 분들은 사법행정에 큰 불만이 없을 수도 있고, 있더라도 의사표현이 조심스러워 응답하지 않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2011년 대법원 산하 전문분야 연구회 중 하나로 발족한 국제인권법연구회는 현재 480여명의 판사들이 가입해 있다. 1ㆍ2대 회장을 지낸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도 이날 참석해 “법관 독립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선 법관 개인의 의지를 고양하고, 법관이 내외적으로 간섭을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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