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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엎어치고 메어치고”…무대위 매트서 벌어지는 ‘진짜 유도’
연극 ‘유도소년’ 2년 만에 재공연

‘대학로 흥행 깡패’라는 수식어가 붙은 연극이 있다. 1997년 전국체전을 배경으로 고등학생 운동선수들의 꿈과 사랑, 우정 이야기를 담은 연극 ‘유도소년’이다. 특별할 것 없는,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쉬이 눈길이 가지 않는 소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유일한 액세서리는 배우들의 땀이다. 무대 위 덩그러니 놓인 매트 위에서 직접 매치고 엎어 치며 ‘진짜 유도’를 선보이는 배우들은 흐르는 땀과 거친 숨소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지난 2014년 초연, 이듬해 재연에서 전 회차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평균 객석점유율 104%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유도소년’은 재정비를 마치고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지난 4일부터 대학로에서 관객들과 다시 만나고 있는 작품은 이번 시즌에도 프리뷰 티켓 객석점유율 95%, 예매 사이트 정상에 오르는 등 초·재연의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두 눈을 현혹시키는 스펙터클도 잘나가는 배우를 앞세운 이른바 스타 마케팅도 없는 ‘유도소년’이 관객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앞서 말했든 무엇보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이 정직한 땀방울로 진정성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운동 장면이 전체 극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배우들은 개막 3달 전부터 체육관에서 실제 선수들에 버금가는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도뿐만 아니라 복싱, 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를 무대에서 즐길 수 있는데, 배우들은 눈앞에서 매트에 매쳐지고, 샌드백을 강타하고, 라켓을 휘두르며 실제 경기 같은 긴장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마치 실제 운동 경기를 보는 듯 즐거웠다가 안타까웠다가, 마음이 찡했다가 마침내 벅차오르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작품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유도선수로 활동했던 박경찬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박 작가는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에 나가는 것을 꿈꿨지만, 중간에 운동을 그만두면서 꿈을 이루지 못한 것에 한을 극본 안에 녹여냈다. 주인공 ‘경찬’의 성장기를 통해 실패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등 운동과 관련한 명대사를 통해 삶의 성찰도 보여준다.

또 ‘연극판 응답하라’라 불리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역시 ‘유도소년’의 매력 포인트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향수를 자극한다. H.O.T ‘캔디’, 젝스키스 ‘폼생폼사’, UP의 ‘뿌요뿌요’ 등 당시 유행했던 가요를 배치해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며, 경찬의 풋풋했던 첫사랑을 통해 공감의 폭을 넓힌다.

함께 극본을 완성하고 이번 삼연에서도 지휘봉을 잡은 이재준 연출은 “초·재연 때 워낙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 사실 부담감도 컸다. 재공연을 거듭할수록 게을러지는 면이 있는데, 초심으로 돌아가 배우들과 함께 땀 흘리며 열심히 만들었다. 잔기술이나 트렌드보다는 진심을 다해 경찬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고,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이번에도 관객들께 잘 전달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타이틀 롤인 유도소년 경찬 역을 맡은 허정민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중간에 도망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도망치지 않고 함께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역의 박정복은 “이번 역할을 통해 열정과 에너지를 느꼈다. 열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니 일상도 행복해졌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외에도 신성민, 이현욱, 안세호, 조훈, 신창주, 오정택, 한상욱, 김보정, 박강섭, 안은진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오는 5월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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