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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엇이 한석규를 대중에게 통하게 했을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23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한석규(53)는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기자도 그를 인터뷰 한 지가 10년이 넘은 것 같다. 인터뷰를 자주 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인터뷰를 안하고 싶다. 말로 하는 직업이 아니고 몸으로 하는 직업이다. 말로 하면 미사여구만 늘어놓게 된다. 집에 돌아가면 ‘어이구 이 놈아’ 하고 자책하게 된다.”


그런데도 23일 개봉하는 ‘프리즌’을 앞두고 인터뷰에 나선 데는 배급사인 쇼박스 유정훈 대표와의 인연때문이다. 2003년 한석규가 LG 관련 상품 광고 모델을 할 때 유 대표가 LG애드의 담당 AE(광고기획자)였다. 두 사람은 정태성 CJ E&M 영화사업부문장과 함께 모두 64년생으로 인연이 깊다.

데뷔 30년이 돼가는 한석규는 배우로서 완전히 인정받았다. ‘연기 신’이라는 말도 한다. 연기라는 분야의 대가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프리즌‘에서의 연기에 대해 65점이라는 박한 평가를 내린다. 무엇이 한석규를 대중에게 먹히게 했을까?

“애티튜드(태도). 그게 관객과 조금 익숙해진 것 같다. 저의 의도, 목적성, ‘너가 왜 이 짓거리를 하는가’에 대해 25년을 하면서 관객이 익숙해진 것 같다. 관객이 보기에는 왜 한석규가 연기하는지를 알겠다고, 그런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게 꼭 좋은 것일까? 연기만 놓고 보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관객은 배우에 대해 조금 몰라야 한다, 너무 속속들이 알면 보는 맛이 떨어진다.”

한석규는 ‘프리즌’에서 가장 센 악역을 맡았다. 그가 연기하는 익호는 교도소 죄수들의 최고 우두머리이자, 교도소장까지 움직이면서 교도사 안팎을 들락거리며 범죄를 저지른다.

“익호를 통해 권력과 인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인간사, 문명사가 있는 한 지배와 피지배 문제는 해결이 안될 것 같다. 명확한 답은 낼 수 없지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석규는 “익호는 교도소장이 출소해 라고 하는데도 왜 안나가냐?”라는 질문에 “모두 교도소를 나가는 게 목표지만 익호는 거기 있는 게 목표다. 나갈 필요가 없다. 밖에 나가면 더 안좋아진다. 교도소장이 나가라고 하니 난리가 난 거다. 익호는 안에서 밖을 컨트롤할 수 있다. 그게 왜 가능해졌냐는 나현 감독이 해보고 싶은 말이다. 그래서 나 감독이 ‘완전범죄구역’이라는 소제목을 붙여놨다.”

한석규는 그동안 악역을 몇차례 선보였다. 고통을 이야기 하는 영화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역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8월의 크리스마스’를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떠올린다.

“‘초록물고기’의 막둥이 역할도 고통스러웠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가족, 죽음, 사랑, 우정을 소재와 주제로 한 영화인데 그것들을 희망적으로, 사랑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98년은 그게 가능한 시기였다. 지금 ‘8월의 크리스마스’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한석규는 작품을 하면서 자신도 성장한다고 했다. ‘뿌리 깊은 나무’는 왕을 해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버지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도는 왜 문자를 만드셨나? 한글, 음악, 과학에 대한 탐구심과 궁금함이 강했다. 그 마음의 뿌리는? 백성을 어여삐 여겨 문자를 만든다고 써놓았다. 사람을 사랑하는 자비의 마음이다.”

영조를 연기한 SBS ‘비밀의 문’에서는 아버지와 장남간의 관계가 궁금했다. “제 친구중 장남이 많다. 장남은 아버지와 사이가 별로 안좋더라. 왜? 드라마를 통해 아버지의 입장을 들어봤다. 부모는 장남에 대해 기대감이 강한데 외국은 그런 게 별로 없다고 한다.”


‘낭만 닥터 김사부’에서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25년 넘게 배우 하면서 ‘내가 뭐하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김사부는 고쳐주는 사람이다.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게 의사니까. 간단하다. 거대병원의 도원장은 직업의식을 잃어버린 가짜의사다.”

한석규는 이번 역할을 앞두고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었다. 인간의 탐욕스러운 마음을 건드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가장 인간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책을 보면서 카리스마 있는 안타고니스트인 익호라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나현 감독이 말했듯이 한 사회를 보려면 교소를 가보면 된다. ‘프리즌’은 익호 같은 인물을 통해 그 사회를 설명한다. 한선규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감지된다.

한석규는 “배우(俳優)란 사람이 아닌 짓거리를 하는 것이다”면서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욕심은 많다. 나이가 먹길 기다려 왔다. 90년대는 내 개인이 뭔가 이뤄낸다는 완성이라는 목표에 정신이 팔려있었지만 지금은 계속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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