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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 ‘피고인’이 앞으로 드라마계에 미칠 영향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SBS 월화극 ‘피고인’은 앞으로의 드라마 제작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그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까지 겨냥한 큰 프로젝트가 올 스톱됐다. 중국에서 투자 받고 톱스타까지 캐스팅해 제작된 ‘화랑‘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함부로 애틋하게‘ ‘사임당‘을 이어받는 (사전 제작) 드라마들이 몇 개 기획단계에 있었지만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현재 지상파 드라마 제작진은 아노미 상태다. 이를 극복하려면 완성도 높은 대본, 연기력 있는 배우, 세련된 연출이 있으면 된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게 되겠는가. 어쨌던 적은 투자비로 가성비를 엄청 높인 드라마가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해졌다.


이럴 때 ‘피고인’이 향후 드라마 제작의 롤모델(?)로 갑자기 떠올랐다. 경력이 거의 없는 드라마 작가에, 장르물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제작자들은 이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피고인‘은 단순히 정의를 실천하는 드라마라기보다 훨씬 시청자에게 와닿는 개인 차원의 악인 응징이다. 소신대로 살아오던 검사가 아내를 잃고 귀여운 딸 하나 남아 있는 상태, 오히려 그 살인범이 된 상태에서의 복수극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답답한 전개로 너무 많은 고구마를 먹였고, 때로는 엉성한 구성으로 ‘막장장르물’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런데도 기대를 넘어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제 옛날 막장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막장 요소가 과거의 가족극(임성한이나 문영남, 서영명이 시도하던)과 결합한 게 아니라 장르물과 결합하고 주인공도 연기를 매우 잘하는 지성 같은 배우를 내세워,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게 했다. 하지만 여주인공(?) 권유리는 변호사로서의 짜임새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차민호(엄기준)의 수하가 감옥으로 들어가 진실을 증언할 성규(김민석)를 죽이는 등 몇몇 엉성한 구성 외에도 마지막회 막장 악역인 엄기준이 재판 할때도 일드나 미드처럼 피고와 검사, 변론 등 각 파트의 짜임새 있는 논리로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뭔가 쪼여들어가는 맛이 없고, 대사 하나로 싱겁게 긴장이 풀려버렸다.

다만, 살인과 살인 교사라는 중죄를 저질러놓고도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정신병자 흉내까지 내는 기업인 차민호(엄기준)의 모습은 좋았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쌍둥이 형(차선호)을 죽이고 형 행세를 하는 차민호는 오랜 시간 아버지로부터의 학대에 의해 정상에서 싸이코페스 악당으로 변해갔던 것이다.

고구마 상황에 박정우 검사(지성)의 마지막 사이다 응징이 시원하기는 했지만, 뭔가 찜찜한 여운도 남기고 있는 것, 그것 자체가 괜찮다는 뜻이다. 너무 시원하면 만화가 되버린다.

‘피고인‘은 지성에게 기대는 부분이 너무 컸다. ‘지성이면 감천’이었고 ‘지성이 곧 개연성’이며 ‘지성이 장르다‘라는 말은 드라마의 개연성이 떨어졌거나, 답답함의 우회적 표현이다.

드라마 제작자들은 ‘피고인’이라는 장르물을 넘어서야 한다. 기자가 ‘피고인‘의 성과를 과소평가한 것처럼 돼버렸는데, 그렇지는 않다. 주중 드라마의 30% 시청률, 장르물의 추리하는 시청자들의 존재는 이례적인 것으로 분명 평가해줄만하다.

하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 여기에 자극성까지 곁들인 것은 사실이다. 향후 제작자들은 장르물의 이 같은 점을 개선하고 발전시키고, 진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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