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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타이어 갈등해법 ‘호남 민심’ 에 호소?
재계의 호남인맥 박삼구 회장
대선국면서 지역경제기여 부각
채권단에 컨소시엄 구성 압박
광주상의도 “중국에 국부유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의 금호타이어 매각 갈등이 대선을 앞두고 호남민심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 등으로 반중국 정서가 커진 상황에서 중국에 알짜 호남기업을 넘겨주는 데 대한 반발심이다. 호남은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접전을 펼칠 지역이다. 재계에서는 ‘호남대부’로 손꼽히는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대선국면을 겨냥해 금호타이어 매각의 ‘칼자루’를 쥔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광주 동구남구갑 지역구의 장병완 국민의당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은 16일 “호남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가 중국 컨소시엄에 매각되면 지역 경제계는 황폐화하고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호남지역 일자리 문제가 악화할 것”이라며 “금호타이어를 중국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것은 호남기업 죽이기, 명분 없는 국부유출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은 우선매수권 해석범위를 확실히 하기위해 박 회장 측과의 협상테이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광주상공회의소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과거 외국 기업에 인수된 국내 기업들의 사례처럼 기술만 유출되고 대규모 구조조정과 국내 공장의 폐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며 “금호타이어가 외국 기업보다 우선 매수청구권한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인수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상공회의소는 “주채권은행과 주주협의회는 우선 매수청구권자에 대한 컨소시엄 구성 불허방침을 철회하고 더블스타와 동등한 조건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기회를 부여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한다”며 “경제논리보다는 국익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국가기반산업 육성과 방산업체 보호를 위한 전략적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경영자총협회도 지난 15일 “첨단기술이 중국에 유출돼 국내 타이어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중국 업체인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고 성명을 냈다.

실제 타이어 업계에서는 더블스타가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금호의 브랜드 효과를 기반으로 중국 현지 공장 육성에 보다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금호타이어는 국내에 광주, 곡성, 평택 등 3개 공장이 있으며, 광주, 곡성공장 직원은 38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산은을 압박하기 위해 정치권과 민심을 동원하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산은이 박 회장 개인에 우선매수권을 제한하고 무리한 컨소시엄 구성을 막는 것은 위험관리 차원에서 적정하다는 논리다.

장병완 의원은 박 회장의 광주제일고등학교 후배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소유의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될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정부측 위원이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그룹 전체보다 더 큰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하지만 컨소시엄에 무리한 주식관련 옵션을 부여한 리스크도 분석하지 않은 채 대우건설을 금호아시아나로 넘겼다. 하지만 결국 인수부담으로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체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혈세로 운영되는 산은 등 채권단은 아직도 수조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결국 박 회장이 컨소시엄으로 무리한 인수합병(M&A)에 나섰다 그룹은 물론 우리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던 셈이다.

한편 산은 등 채권단은 17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박 회장 측이 제기한 컨소시엄 허용 여부 및 법정 대응 방안에 대해 광범위한 의견 교환을 나누기로 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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