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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뒤 버려지는 편도선, 줄기세포 치료 위한 보물”
- 부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 年100~210명 발생
- 칼슘 조절 안돼 콩팥 망가지고 심하면 사망도
- 이대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 난치병에 도전

- 치료제 없어…줄기세포 통한 기관 이식 ‘희망’
-“버려지는 편도선서 추출 성공…각종 장점도”
-“세계 최초 내분비기관 재생ㆍ이식에 도전할것”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부갑상선이라는 내분비기관이 있다. 갑상선 뒤쪽 상하좌우에 쌀알 반 정도 크기로 4개가 붙어 있는 노란 색 기관으로, 부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한다. 부갑상선호르몬은 체내 칼슘(Ca) 농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 D와 함께 칼슘을 뼈에서 혈액 중으로 내보내거나, 신장이나 장으로부터 흡수해 혈액 중 칼슘 농도를 상승시킨다. 또 혈액 중 칼슘 농도가 상승되면 분비를 억제해 혈액 중 칼슘 이온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부갑상선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걸리는 병이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갑상선이 없거나,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병이 선천적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다. 반면 후천적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암 수술 중 손상 또는 제거된 경우에 흔히 발생한다. 근육의 강한 경련이나 손발 저림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며, 심하면 심정지 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통상 갑상선암 수술 환자 중 5~7%가 부갑상선기능저하증에 걸린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는 환자가 연 2만~3만명이므로, 1년에 100~210명이라는 만만찮은 수의 환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별다른 치료제가 없어 평생 칼슘과 비타민 D를 복용해야 하지만, 부작용으로 저칼슘혈증이 유발돼 뼈와 콩팥에 무리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화융합의학연구원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의 김한수<왼쪽> 부소장과 조인호 소장이 줄기세포와 관련된 단백질의 발현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이화여대 목동병원]

▶“버려지는 편도선에서 줄기세포 추출 성공”=이화융합의학연구원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이하 연구소)는 희귀병이자 난치병인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의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 치료 연구를 시작했다. 최근 서울 양천구 이화여대 목동병원에서 만난 연구소의 조인호 소장(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과 김한수 부소장(목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줄기세포는 인체 각 신경, 조직, 장기 등으로 분화돼 체내 손상 부위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며 “줄기세포를 이용해 부갑상선을 재생해 이식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줄기세포는 공급원에 따라 분류된다. 조 소장은 “생명 윤리 문제로 국내에서 사용이 제한된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된 배아에서 추출한다”며 “사람의 골수나 지방 등에서 채취하는 성체줄기세포, 수정란이나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 피부 등 다 자란 체세포에 외래 유전자나 특정 단백질을 가해 줄기세포의 성질을 갖도록 유도한 역분화줄기세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연구와 치료를 위해서는 줄기세포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김 부소장은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분화 원리를 밝히고 분화된 줄기세포를 인체에 투여해 성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나 골수, 지방 등에서 추출하는 일반적인 성체줄기세포는 분화 과정이 늦고, 금방 그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화융합의학연구원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의 김한수<왼쪽> 부소장과 조인호 소장이 줄기세포와 관련된 단백질의 발현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이화여대 목동병원]

연구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떠올랐던 것은 바로 편도선이었다. 이비인후과 교수인 김 부소장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4만건의 편도선 절제 수술이 진행되는 것에 착안, 수술 후 버려지는 편도선 조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김 부소장은 “6년 전 대구에서 열린 한 학회를 다녀오다 갑자기 편도선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 소장과 유경하 목동병원장(소아청소년과 교수)에게 아이디어를 담은 이메일을 보냈는데 흔쾌히 동의를 받았다”며 “세 사람이 각각 1000만원씩 연구비를 갹출해 같은 해 말 편도선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추출한 편도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의 한 종류로, 다른 줄기세포보다 채취ㆍ분화 과정이 훨씬 수월한 장점이 있었다고 조 소장은 털어놨다. 더욱이 일반적 성체줄기세포와 달리 편도줄기세포는 골수, 지방 등 중배엽 외에 내분비기관과 장기로 분화가 가능한 내배엽 조직까지 가지고 있었다.

“마흔이 넘은 사람에게만 뽑아낼 수 있는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지방줄기세포와 달리 편도줄기세포는 주로 5~10세의 어린이에서 추출해 빨리 자라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골수에서 추출한 골수줄기세포가 2배로 배양되는데 60일이 걸리는데 편도줄기세포는 절반인 30일이면 충분했습니다. 부갑상선으로 분화하는 시간도 배아줄기세포의 30분의 1인 7일에 불과해요. 특히 다른 성체줄기세포와 달리 7세대까지 배양을 해도 기능을 잃지 않아 연구에 필요한 많은 양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전신 마취 과정을 거쳐야 추출할 수 있는 골수줄기세포와 달리 버려지는 편도선을 활용하기만 하면 돼 연구 비용도 많이 절감됐죠.”

이화융합의학연구원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의 김한수<왼쪽> 부소장과 조인호 소장이 줄기세포와 관련된 단백질의 발현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이화여대 목동병원]

▶“세계 최초 내분비기관 재생ㆍ이식에 도전”=이 같은 과정을 통해 연구소는 지난해 쥐를 이용한 동물 임상 실험에 성공하며,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을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지금까지 국제 논문 25편을 발표했고, 사업화를 위한 특허도 6건이나 등록했다. 조 소장은 “세계의 편도줄기세포 관련 논문 중 70~80% 이상이 연구소 소속 연구원이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연구소는 체계적인 부갑상선 조직 재생 연구를 위해 녹십자랩셀과 공동으로 부갑상선 조직 재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지원 연 5억원을 포함, 향후 35억의 연구비를 수주했다. 조 소장은 “향후 3년 안에 인체 임상 실험을 한 뒤 5년 안에 치료제를 실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화융합의학연구원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의 김한수<왼쪽> 부소장과 조인호 소장이 줄기세포 관련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이화여대 목동병원]

하지만 아직도 이들은 ‘배가 고프다’. 더 큰 꿈이 있기 때문이다. “부갑상선은 시작이죠. 향후 당뇨, 신경세포 피막에 문제가 생겨 손발이 마비돼 가는 유전 질환 샤르코마리투스병(CMT)도 줄기세포로 치료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연구가 인간을 살리고 보다 행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조 소장).”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날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1903년 비행 당시 라이트 형제는 많은 비웃음을 받았지만, 60여 년 뒤 인류는 달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부갑상선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로 내분비기관 재생과 이식에 성공하는 사례가 됩니다. 우리의 연구가 이화여대의, 아니 대한민국의 ‘의학 브랜드’가 됐으면 합니다(김 부소장).”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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