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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각·회화 품은 ‘數의 세상’으로 초대
사비나미술관 ‘유현미:數의 시선’ 전
탁자등 일상적 오브제와 숫자 조형물
물감칠후 사진으로 완성, 관객 호기심
이진법의 디지털시대 數의 힘 상기


최종 결과물은 사진이다. 하지만 작품 앞에 선 관객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정말 사진이라고?”

공간과 사물을 회화로 전환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인식의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선보여 온 유현미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8일부터 4월7일까지 ‘유현미 : 수(數)의 시선’전을 개최한다. 사진, 설치, 영상 등 작품 18점이 준비됐다.

유현미 작가의 ‘헷갈리는’ 작품은 독특한 작업방식에 기인한다. 탁자나 서랍장 등 일상적 오브제와 숫자 조형물을 병치한 뒤, 이들의 표면에 물감칠을 한다. 이것을 사진으로 남기면 작업이 완성된다. 최종결과물만 놓고 보면 회화와 설치가 사라지고 사진만이 남는 셈이지만, 사진 앞에 선 관객은 너무나 ‘회화’ 혹은 ‘조각’스러운 사진 앞에서 당황하게 된다. 



사진과 그림, 평면과입체사이를 오가는 작업은 현실과 가상세계의 구분마저 허물어버린다. 캐나다 출신 작가인 폴 카잔더는 “유현미 작가의 작품은 사진과 비디오지만, 작업에서 페인팅이 중심적 역할을 취하고 물감은 작업 전체에 잠복한 주제”라며 “사진, 조소 회화 사이에 어딘가 자리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 매체들이 가지는 즉각적이거나 범발적인 성향 바깥에 존재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는 기존의 사진작업에 더해 관람객을 작가가 만든 ‘수(數)의 세계’로 초청한다. 작가는 오가와 요코의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영감을 받아 수학자가 바라본 세상은 어떠할까라는 상상으로 미술관 1층을 채웠다. 검은 선과 숫자로 가득한 공간에서 관람객은 시간과 공간, 입체와 평면사이를 오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미술관 측은 “조명을 스마트폰 촬영에 최적으로 조정했다”며 “수에 대한 확장된 표현방식이자 또다른 수학적 공간이 된 이곳을 관객의 눈으로 바라보고 기록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숫자가 가지는 의미도 있다. ‘1’은 최고를 뜻하지만 동시에 나머지를 패배자로 만드는 수이며, ‘2’는 두번째이자 여성성이 강하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 두 가지만 알면 나에 대한 상당부분의 정보를 알 수 있듯, 현대의 수(數)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었다. 작품 속에는 그에 대한 두려움도 들어있다” 작가가 지난 10여년간 수(數)에 천착한 이유다. 디지털로 대변되는 이진법의 세상에서 수(數)의 힘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전시다.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난 유현미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 미국 뉴욕대학에서 창작미술을 전공, 2012년 ‘제3회 일우사진상’ 출판부문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예술가 가족이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남편은 설치미술가 김범 씨이고, 시어머니는 김남조, 시아버지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고(故) 김세중 조각가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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