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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진실
애절함엔 뭔가 쿵하는 게 있다. 눈ㆍ코ㆍ입ㆍ귀만으론 역부족이다. 심장 저 안쪽이 저릿해야 한다. 견디기 어렵게 애가 타는 건 가슴이 하는 일이다. 포크 듀오 어니언스의 노래 ‘편지’의 노랫말을 곱씹으면 감이 온다. ‘말없이 건네주고/달아난 차가운 손(중략)/너의 진실 알아내곤/난 그만 울어버렸네…’ 헤어짐의 작심을 숨기다 편지로 폭탄선언하고 떠난 이의 마음을 타박하는 건 둘째치자. 가려진 진실에 눈치없이 넋놓고 있다 상처받은 심정이 쓰라리다. 상실감은 색바랜 추억, 언젠간 올 미래이기에 울림이 있다.

손에 꽉 쥐고 있던 걸 놓쳤다고 마냥 황망해 할 필요도 없다. 요절한 가수 김정호는 그 마음을 이렇게 매만졌다. ‘음~생각을 말아요/지나간 일들을(중략)/꽃잎은 시들어도 슬퍼하지 말아요/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하얀나비)’ 김정호가 윤회(輪廻)를 철석같이 믿었는진 불확실하지만, 처연하되 힘있는 음성 그 자체가 치유다. 



그 속이 어떨까 궁금해 어니언스ㆍ김정호로 며칠 숨을 골랐다. 삼성동 풍경이 산통 다 깼다. 도열한 친진박(親眞朴) 정치인, 환호하는 박사모, 미소짓는 전 대통령과 그의 메시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

일생에 두 번이나 청와대에서 쫓겨나듯 퇴거한 심정엔 그래도 회한이 있겠지 싶었다. 몰랐던 특질은 아니지만, 정신력이 일반인의 경지 밖인 점이 새삼스럽다.

“좀 이렇게 아담한 그런 집에서, 이제 친구도 불러서 같이 차도 마시면서 좀 그런 거 있잖아요 왜” 그가 2012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첫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에 한 답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역사는 구차해졌다. 그나저나 그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 ‘진실’은 뭘까.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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