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의 사회생활(하야미즈 겐로 지음, 김현욱 외 옮김, 따비)=일본의 국민음식인 라멘은 메이지시대 중기에 요코하마나 나가사키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길거리음식 ‘난킹 소바’로 일본에 들어왔다. 말하자면 라멘은 일본 근대화의 한 표상이다. 그런 라멘은 패전 후,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일본인들의 구원의 음식이 된다. 인스턴트 라멘을 발명한 안도 모모후쿠는 1948년 오사카 암시장에서 줄을 서 라멘을 사 먹던 사람들을 보고 인스턴트를 라멘을 만들어 팔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라멘은 이렇듯 일본의 집단의식과 얽혀있다. 일본에서 라멘은 점점 더 거창한 음식이 돼가고 있다. 지역에따라, 가게에 따라 맛이 다르다. 후쿠오카의 돈코쓰 라멘, 삿포로의 미소 라멘을 비롯, 일본열도 라멘 지도마저 있을 정도다. 마치 음식예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일본공예 장인이나 승려들이 입는 작업복을 입고 직원들이 서비스에 나선다. 책은 일본사회의 변화와 함께 라멘이 일본인의 국민음식이 된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규정과 지배(마흐무드 맘다니 지음, 최대희 옮김, 창비)=아프리카를 비롯한 19~20세기 식민지 지배구조 분석을 통해 현대의 종족적, 인종적 갈등의 뿌리를 파헤쳤다. 인류학자 맘다니는 이 책에서 서로 다른 시공간의 사건들을 엮어내 식민지배 구조의 실상을 보는 폭넓은 시야를 제시한다. 멀게는 로마 제국시대부터 가깝게는 21세기 초 탄자니아까지 아프리카, 인도, 남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 문제를 두루 살피며 각각의 식민지 운영방식이 원주민과 이주민의 차이를 규정, 차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음을 짚어낸다. 맘다니는 정치 제도면의 통치를 넘어 원주민의 사회 문화를 송두리째 통제하고자 했던 20세기 초 서구의 간접지배 이론이 결국에는 인종 종족간 갈등을 낳았다고 말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