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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기정부 ‘길들이기’ 나선 美ㆍ中ㆍ日…“사드 못박고, 보복하고, 동참하고”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놓고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상대국들의 차기정부 ‘길들이기’가 연출되고 있다.

▶주한미군, 사드체계 전개 시작…1~2개월 내 배치완료 가능성=

한미 양국은 7일 사드체계 일부를 반입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이날 C-17수송기를 통해 사드 발사대 2기가 오산기지에 전날 밤 도착했으며, 현재 주한미군 기지 모처에 있다고 발표했다. 롯데이사회가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기로 의결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이뤄진 조치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됨에 따라 취한 조치로, 정치일정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사드 배치를 두고 비공식 보복을 감행하고 있는 중국과 야권 후보들의 ‘사드 배치 신중론’에 ‘못박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주한미군 사령부]

일부 언론에서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 지난 2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조기 대선 전 사드배치를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국방부는 사전합의를 극구부인하면서도 사드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한 장관은 최근 사드를 3월달에 들여오냐는 질문에 송영길 의원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미국 백악관이 6일(현지시간) 사드의 한국 배치를 첫 공식언급한 것도 이러한 계산 하에 이뤄졌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동맹과 함께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사드’ 포대의 배치 등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방어능력강화를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방어능력 강화를 위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핵문제 해결 및 한미동맹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와 차기정부가 이견을 가지고 있어 갈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사드 문제를 해결해버리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복 수위 높이는 중국…베트남ㆍ러시아ㆍ일본 레이더에는 ‘침묵’=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주한미군 사드체계 전개사업이 시작된 사실을 긴급뉴스로 타전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제주도는 이날중국 정부가 구두로 한국 관광금지 조처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뒤 지난 일주일 간 10만 명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제주관광 예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이러한 사드 보복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이미 일본에 교토(京都) 부근 교탄고시(京丹後市)의 교가미사키 항공자위대 기지와 아오모리(靑森)현의 샤리키 기지에 사드가 이용되는 ‘X밴드 레이더’(TPY-2 레이더)가 있다. 최대 탐지거리가 2000㎞로, 적의 탄도미사일을 상승단계부터 조기에 탐지하는 레이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일본의 사드 레이더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중국 당국은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에 위치한 레이더 기지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러시아의 레이더 시스템 ‘보로네슈(Voronezh)-M’은 탐지거리 6000㎞로, 중국 대륙 전체를 감시통제할 수 있다. 이 레이더 시스템은 지난 2015년 중반부터 가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중국 국제관계학원의 한 전문가는 7일 환구망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판 사드’라는 주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이간질하려는 음모”라며 “날조까지는 아니지만 뉴스 조작으로 한국과 미국의 전략의도 판단에 혼란을 초래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사드 체계의 핵심장비인 AN/TPY-2 고성능 X-밴드 레이더는 탐지거리 1200㎞의 전방전개 요격용 레이더(FBR)와 탐지거리 600여㎞의 종말단계 요격용(TBR) 두 가지 모드가 있는데, 주한미군은 TBR 레이더 모드를 운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에 있는 TPY-2 레이더나 러시아의 보르네슈-M보다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훨씬 짧은 것이다.

▶日, 한미일 공조 강조…하지만 주한 日대사는 ‘공백 장기화’=

이러한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은 자국 방위시스템을 증강하기 위해 사드와 SM-3를 지상에 배치한 ‘이지스 아쇼아’를 조기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내각은 지난해 11월 사드배치와 이지스 아쇼아 도입을 추진하기 위한검토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양국과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일본은 두 달 가까이 ‘일시 귀국’한 상태인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 安政) 주한 대사의 귀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나가미네 주한대사의 귀임이 이뤄지냐는 기자단의 질문에 “한일 양국의 안보협력 차원에서 지장이 없도록 지금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안보협력과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문제를 별도의 사안으로 구분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실상 대사의 ‘소환’에 해당하는 일시귀국 조치는 상대국 정부에 대한 불쾌감과 항의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높은 수위의 외교적 수단이다. 역사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은 4 차례, 일본은 3 차례 상호 주재대사를 불러들였다. 하지만 일시귀국 기간이 30일을 넘긴 것은 나가미네 대사가 유일하다.

일본은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진 게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편지를 쓸 생각을 “털끝만큼도 하지 않는다”며 사죄와 반성을 전제로 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정신’을 따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탄핵정국이 끝나기 전까지 일본은 나가미네 대사를 귀임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위안부 소녀상 문제를 둘러싸고 현 정권뿐만 아니라 차기 정권에 양보할 수 없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일본의 주요 보수매체인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야권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한미일 공조체제는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염려되는 것은 이러한 한국정치의 행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은 이런 인식을 빈약한 것인가”며 사드 배치 및 위안부 합의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야권 후보들을 비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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