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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약계층 조이는 빚의 공포…탕감이 해법?
장장 90일간 거침없이 달려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도 곧 가려진다. 최순실 사태 이후 5개월여의 시간이 흘렀고, 해가 바뀌었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공백이 하염없이 길어지면서 국민의 시선은 특검과 헌법재판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나라의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곳곳에 가득하다.

그런데 정치에만 쏠린 시선 탓에 시나브로 다가오는 경제 위기에 둔감해진 모습이다.

‘빚’에 취해’, ‘빚에 기대’ 간신히 버텨온 ‘빚 경제’ 대한민국 얘기다. 국정 공백 동안 미국은 한 차례 금리를 올렸다. 그리고 지난 주말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달 중순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 폭과 속도 또한 예상보다 가파를 것이라 한다. 이미 일부에서 일어난 한ㆍ미 금리 역전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344조원에 달한다. 1년새 141조 원이 늘었다. 시장에선 당장 이 빚이 문제가 될 가능성을 희박하게 본다. 대부분 ‘집’이라는 안전한 담보를 안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또한 부채의 65%를 고신용ㆍ고소득의 우량차주가 차지하는 점 등을 근거로 아직은 대부분 가계가 빚을 감당하기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평균은 그렇다. 그런데 평균에는 함정이 있다. 1344조의 부채는 국민 1인당 평균 2600만원, 3인 가족 기준 8000만원이 조금 안된는 규모다. 빚 부담의 크기는 개인에 따라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1인 평균으로는 2600만원이지만 양극화의 잣대를 적용하면 취약계층에게는 1000만원의 빚 부담도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새해 업무보고에서 비중 있게 다룬 취약 차주의 보호 방안을 정부의 원론적인 대응으로 쉽게 흘려보내기 어렵다. 금융위는 올해 추진할 12개 핵심 과제에서 취약차주 보호방안을 별도 상세 브리핑으로 다룰 만큼 상당한 공을 들였다. 실직, 폐업 등 재무적 곤란 상황이 확인되면 일정기간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금융회사가 담보권 실행을 하기 이전에 차주와 상담을 의무화하는 등이다. 문제는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올 만한 내용도 다수 포함된 점이다. 당장 빚을 탕감해주면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는 있지만 금융시스템의 근본은 흔들 수도 있다. 이미 부실 회사채 투자의 경우 정부가 소액투자자들은 보호해준다는 게 공공연한 원칙처럼 통용되고 있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역대급’ 저금리에 취해 우리 모두는 ‘빚’에 대한 공포를 잊은 지 오래다.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멀스멀 오르는 금리는 저소득 취약 차주부터 덮칠 게 분명하다. 모두가 정치 시스템을 걱정할 때 누군가는 반드시 우리의 ‘빚 경제’를 세심히 따져봐야 할 이유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임박하면서 정치권은 이미 포퓰리즘이 득세할 수 밖에 없는 대선국면이다. 대규모 빚 탕감과 이에 따른 도덕적 해이 논란은 역사적으로 늘 반복됐다는 점을 새삼 기억할 때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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