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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3·1절이라 더 아픈 비수
1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평화로 평화비 소녀상 앞에서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72차 정기 수요시위’. 일제의 국권 침탈에 대항해 독립을 외친 후 98번째를 맞이한 3ㆍ1절에 열린 이날 시위에는 매서운 추위에 건강을 해칠까 한동안 참가하지 못했던 김복동(92), 이옥선(91), 길원옥(90), 이용수(90)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특별히 함께 했다.

아흔이 넘은 고령이었지만 피해자들의 의사는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됐던 ‘2015년 한ㆍ일 위안부 합의’을 비판하며 폐기 및 재협상이 필요하다 호소하고, 위로금이 아닌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할머니들의 목소리만은 카랑카랑했다.

1965년과 2015년에 있었던 한ㆍ일 정부간의 합의가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위로금’을 받고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부전여전’(父傳女傳ㆍ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딸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이 비슷하다는 의미)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김복동 할머니,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나이 90은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 외친 이용수 할머니 모두 90대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힘이 넘쳤다. 하지만, 이런 외침에 대한 정부의 응답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에 비수로 날아와 꽂혔다.

수요시위 2시간 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ㆍ1절 기념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기념사를 통해 “한ㆍ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진심으로 존중하면서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2015년 한ㆍ일 위안부 합의의 이행과 부산 동구청 앞 소녀상의 조속한 철거를 촉구하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불통 행보에 분노하고 있던 피해 할머니들에게 다른 날도 아닌 3ㆍ1절에 밝힌 정부 최고 책임자의 이 같은 발언은 현 정부가 날렸던 어떤 비수보다도 더 아프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당측에선 “가장 치욕스러운 (3ㆍ1절) 기념사”라는 논평이 나올 정도였다.

날씨는 많이 포근해졌지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는 올 봄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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