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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금 조기퇴근제?, “눈치주기부터 없애라”
3일(금) 프리미엄프라이데이
韓-日 1차 고비, 냉소적 반응
중국은 작년 4월 亞 첫 시행

호주-프랑스 ‘직장문화’ 선결
휴무 중 연락 등 간섭 없어야
‘성실한 기업’에 혜택 부여도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3월 3일. 일본 정부가 지난달 24일 ‘금요일 조기퇴근제’를 선포한 지 일주일 되는 날이고, 우리 정부가 이 제도 시행을 업계에 권고한 첫 날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금요 조퇴’ 시행 하루 전날인 23일 ‘월~목 하루 30분씩 일을 더하고, 금요일 두시간 일찍(오후4시쯤) 퇴근하는 금요 단축근무제를 3월부터 ‘권고형으로’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3월3일은 동아시아 경제 강국들의 직장인 여가문화가 과연 바뀔 것인지를 가늠하는 1차 고비이다.

국민에게 놀 기회를 더 줌으로써, ▷노동의 집중도와 생산성 높이기, ▷국민 행복도 증진, ▷내수 활성화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이런 류의 ‘직장인 여가 확대 제도’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시행중이다.

[사진설명=코레일 가족여행 사진전 대상 작품]

▶벌써 냉소적 반응

잡무 처리 시간 등을 포함해 세계 주당 노동시간 비공식 1위(OECD 공식집계는 2위)인 한국 직장인 상당수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평소에도 30분~2시간 가량의 무임금 추가 근무를 하는데,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하다고 하면 괜히 평일 추가근무가 늘 지도 모른다”, “차라리 정해진 휴가라도 찾아먹게, 휴가 간다 그러면 눈치나 주지 말고, 쉴때 연락 좀 하지마라”는 것이다.

금요 단축근무제는 단발성 경기부양책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일-휴식 균형, 국민행복’과 관련한 위정자, 경영자들의 마인드 전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이 먼저 시작, ‘떨떠름’

알고보면, 금요 조퇴제는 중국이 먼저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해 4월1일 금요일 오전근무만 하고 귀가하는 주 2.5일 휴무제를 허베이성, 장시성(지안시), 산시성(진중시), 충칭직할시 등에서 시행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부 국무원의 지침에 따른 이 제도의 목표는 뚜렷했다. 관광소비 촉진이었다.

한국의 문체부 같은 국가여유국은 “강제성이 있는 조치는 아니며 각 지방과 사업단위가 생산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분야 상위 중진국으로 국가 경제개발이 한창인 중국 샐러리맨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주말 이틀을 쉬기도 힘든 회사도 많은데 이같은 갑작스런 조치는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의 공통점은 바로 금요 조퇴제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문화적, 법적 장치가 아무 것도 없고, 그 목표 역시 ‘내수진작’이라는 경기부양책이라는 것이다. ‘아님 말고’로 끝날 우려가 매우 높은 것이다.

▶호주, 꼰대는 미친자, 휴가반납은 바보

이에 비해 호주의 ‘일-여가 균형’, 프랑스의 ‘체크바캉스’제도 등은 정부-재계-직장-지역사회가 일 열심히 하는 만큼 놀게 해주는 마인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있게 진행되고 있다.

호주는 2000년대 들어 공휴일-국경일과는 별도의 연간 4주 휴가를 철저히 보장하는 ‘일-여가 균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휴가를 안보내는 상사는 ‘미친 자’이고 휴가를 안가는 직원은 ‘바보’일 뿐이다. 호주 국민들이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 소풍, 문화예술 즐기기 이외에 시간이 소요되는 락크라이밍, 낚시, 서핑 등의 레포츠를 많이 즐기는 이유는 시간적 여유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 80년 시스템으로 정착

1936년 직장인 휴식에 대한 법률을 통과시킨 프랑스는 현재 연간 5주의 직장인 휴가를 보장한다. 그리고 근로자들이 여행가고 싶은 마음이 더 들도록 할인혜택을 주는 시스템 ‘체크바캉스’ 제도를 운영중이다.

근로자와 기업이 근로자의 국내여행 경비를 공동분담하고, ‘ANCV(체크바캉스 기금)’이라는 프랑스 관광부 산하 공적 기관이 이 제도 가입근로자들에게 여행에 필요한 교통, 숙박, 관광지 등 요소들에 대한 폭넓은 할인혜택 및 우선이용 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놀 줄 모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영국도 2015년 4월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6명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여론조사가 발표되면서, 더 놀게 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꼰대부터 보내라”

최근 독일에서는 근로자 여가 시간 확대가 근로 의욕고취는 물론 저출산의 해법으로 떠올랐다.

익스피디아가 최근 발표한 ’2015년 유급휴가 국제비교‘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연차휴가 15일 중 8일만 사용해, 조사대상 28개국 중 사용일수에서 6년연속 꼴지를 기록했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휴가와 관련한 희망사항과 관련해 ‘휴가중 업무연락 하지 말 것’(34.7%), ‘휴가 일정에 간섭하지 말 것’(21.0%), ‘휴가 사유를 묻지말 것’(20.7%), ‘휴가 승인을 빨리 처리해 줄 것’(11.5%), ‘복귀 이후 눈치주지 않을 것’(9.4%) 등을 들었다.

이런 문화속에 ‘금요 단축근무’, ‘휴가 다쓰기’가 될까? 집에 보내놓고 암암리에 ‘카톡 지시-응대 근무’가 계속될지도 모른다.

정부와 기업경영자가 기업문화 개선 의지를 공유할 때 비로소 이런 제도들은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금요 조기퇴근제 이행기업, 휴가 소진 기업 등에 대해 혜택을 주거나 ‘가족 친화 기업’으로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 하겠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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