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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미인도 공개, 위작논란 새로운 시험대
국립현대미술관이 마침내 카드를 꺼내들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4월 ‘소장품 전:균열’을 통해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천 화백 유족 측은 즉각 반발하며 전시 강행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의 입장은 흔들림이 없다. “1991년 진위 논란 이후 작가와 유족 뜻을 존중해 ‘미인도’를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검찰이 과학적 검증과 수사를 통해 ‘미인도는 진품’이라는 결론을 발표했고, 미술계에서도 ‘공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며, 전시 진행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계획대로 전시가 열린다면 ‘미인도’는 26년 만에 일반관객과 만나는 셈이다. 미술 애호가가 아닌 일반인도 위작논란을 알고 있는 터라, 전시는 대성황을 이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림을 그린 작가와 유족은 ‘가짜 그림’이라고 하고, 그림을 감정한 쪽에서는 ‘작가가 그린 그림’이라고 맞서는 희대의 상황, 도대체 그 그림이 무엇인지 직접 보고싶은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심지어 지난 검찰 조사 때, 위조범으로 알려진 권춘식씨가 미인도를 직접 보고 “내가 그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도 ‘직접 보면 무언가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섣부른 기대마저 불러 일으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 ‘흥행’을 위해 ‘미인도 공개’를 꺼내든 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족 측도 “현재 항고가 진행중인 상태”라며 “미술관이 검찰의 1차 판단에만 근거해 ‘미인도’를 진품인양 공개전시 하는 것은 매우 성급하고 경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관장을 비롯한 결재권자들과 실무자 전원에 대한 새로운 고소를 진행 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결국 미인도 전시는 또 다른 논란의 시초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유족측은 이성적ㆍ학술적 접근보다 ‘법적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유족 측의 위세에 전문가들이 입 한번 뻥긋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회심의 카드일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법적 다툼이 있는 작품을 광장으로 내모는식은 좀 우려스럽다. ‘미인도’의 전후 맥락을 한국미술의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전시의 묘미가 필요한 시점이다. 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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