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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초빙교수]도시노후화의 위기를 보는 두 가지 시각
2012년 12월 2일 일본 중앙고속도로의 사사고(笹子)터널 상행선에서 천정 콘크리트 판 약130m가 추락, 주행 중인 차량을 덮쳐 9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였다. 일본 사상 최대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사고에서 밑에 깔린 두 대의 차량에서 불까지 나 8명은 불에 탄 채 발견되어 사고의 끔찍함을 더했다.

추락한 천정 판은 장대(長大)터널에서 환기용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터널 윗부분 설치된 것으로, 판을 받치는 구조는 다르지만 홍지문터널 등 국내 여러 터널에도 유사한 판이 설치되어 있다.

1.2톤이나 되는 콘크리트 판을 터널 상단에 앵커볼트를 설치하고 접착제로 채워 지지하도록 한 설계의 오류와 접착제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시공 부실 외에 35년 전에 시공된 접착제가 노후하여 기능을 상실한 것도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그리고 사고 직전인 9월에 상세점검을 하였음에도 사전에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사고 이후 시행한 검사에서 하행선에서 볼트 탈락 등 670개소 이상, 상행선에서 1만1613개의 볼트 중 1211개소의 부적합 사례가 확인되는 등 부실점검이 드러났는데, 매뉴얼에 제시된 타음(打音)검사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육안검사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로 일본 기반시설의 노후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는데, 2014년 국토교통성의 ‘사회자본정비심의회 도로분과회’에서 발표한 ‘도로 노후화대책의 본격실시에 관한 제언’ 에 따르면, 고도성장기에 집중 건설된 도로시설물이 일시에 노후화되어 적절한 투자가 필요함에도, 2005년 도로공단의 민영화 과정에서 고속도로 관리비가 30% 삭감되고, 2009년에는 국도 관리비가 10~20% 삭감되는 등 이에 역행한 결과, 그 동안 위기가 소리 없이 진행되어 위험수준을 넘어 섰으며, 이제 일본 어디서든 교량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동 보고서는 2005년 8월 미국 뉴올리안즈를 덮친 ‘카트리나’가 수년 전부터 그 위험을 지적받았음에도 대비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사망 1330명, 피해세대 250만이라는 엄청난 피해에 직면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사사고터널의 붕괴사고가 경종을 울린 것으로 ‘최후의 기회는 지금’이라고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궤를 같이 하여 일본정부는 2013년을 ‘사회기반시설 유지관리 원년’으로 선포하고, 2013면 1월 ‘사회자본 노후화대책회의’ 신설 등 광범위한 조직정비와 함께, 2013년 11월에는 범정부 차원의 ‘인프라 장수명화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후속대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본 계획은 첫째, 2030년까지 노후화로 인한 인프라의 사고를 제로화하고 둘째, 포괄적인 인프라 유지관리를 통해 2020년까지 대상시설물의 건전성을 확보하며 셋째, 유지관리산업을 세계 최고로 육성하여 점검·보수용 센서 및 로봇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본의 대응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발생한 사고를 소홀히 넘기지 않고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여 추진한다는 점과 기반시설 노후화의 위기를 오히려 그 분야 산업을 육성하여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적극적인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기반시설의 노후화는 우리도 이미 시작되었음을 인식하고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유사사고 발생 이전에 미리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피할 수 없이 숙명적으로 다가오는 노후화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인력양성과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 세계시장도 선점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폈으면 한다. 센서ㆍ로봇 외에도 드론을 통한 점검기술과 인공지능을 통한 관리기법 등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잠재력이 큰 분야로 여겨진다. 특히 국민안전처와 국토교통부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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