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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경칩, 봄의 길목에서
2월의 끝, 3월의 시작이다. 절기는 곧 경칩(3월5일)을 맞는다. 하얀 솜이불을 덮고 긴 겨울잠을 자던 대지가 마침내 기지개를 켠다. 강원도 산골의 아침은 여전히 춥지만 햇살 좋은 낮에는 가녀린 봄기운이 느껴진다.

경칩. 대지가 품고 있던 뭇 생명들이 생동하는 때다. 각종 벌레와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 합창한다. 겨우내 벌거벗은 채 오들오들 떨던 두릅·라일락·뽕나무들도 뿌리로부터 물을 끌어올리며 조용히 봄맞이 채비를 한다. 겨울을 난 냉이의 향은 벌써 밥상에 가득하다.

어릴 적 농촌에서는 경칩 때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믿어 흙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았다. 본격적인 농사준비를 시작하는 것도 이 때다. 연장을 손질하고 밭에다 두엄을 뿌리는 등 농부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이맘 때 황량한 대지에서 어김없이 다시 움트는 뭇 생명들을 지켜보는 것은 감격 그 자체다. 진실로 삶을 배울만한 곳은 자연임을 거듭 깨닫는다.

경칩이 낀 3월은 삭막한 도시를 내려놓고 자연 속 인생2막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분주한 시기다. 나와 가족의 새로운 삶터이자 일터, 쉼터를 찾기 위한 발품을 마다않는다. 귀농·귀촌박람회장도 찾아가고, 다양한 교육과정도 배운다. 이미 입지를 마련해놓은 이들은 집짓기를 시작한다.

2009년 불붙은 제2차 귀농·귀촌열풍은 시대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그 숫자는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5년 귀농·귀촌인구는 총 32만9368가구, 48만6638명에 달했다. 수도권의 웬만한 시 인구를 능가하는 규모다. (통계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2016년에는 아마도‘귀농귀촌 50만 시대’를 열었으리라. 2030 청년들과 여성들의 관심과 교육 참여 열기도 갈수록 뜨겁다.

그렇다고 막연한 환상과 기대만으로 귀농·귀촌을 결행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각종 매스컴에서 억대농부 등 성공사례를 쏟아내며 귀농·귀촌과 창업을 부추기지만, 농촌에서 성공하기란 바늘구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6년 귀농·귀촌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2011~2015년 이주한 귀농가구의 연 평균 소득은 2645만원이었다. 우리나라 연 평균 농가소득(2015년 3722만원)의 71% 수준이다. 이를 2021년까지 9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중기 목표다.

귀농·귀촌이란 곧 농촌생활, 전원생활이다. 전원생활이란 결국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는 삶이다. 전원에서 성공하기란 도시보다 훨씬 어렵지만, 행복하기는 훨씬 쉽다. 절기마다 자연이 선물하는 생명의 축복이 오롯이 내 것이 되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물론 성공을 선택할지, 행복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매년 반복되는 절기지만 2017년 경칩은 매우 특별하다. 탄핵정국의 격랑 속에서 혼란과 미혹에 갇힌 대한민국은 여전히 한겨울 속에 있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는 뜻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실감난다.

그러나 꽃샘추위와 꽃샘바람이 심술을 부릴지언정 경칩 이후 뭇 생명의 깨어남을 막을 순 없다. 대자연의 순리다. 겨울 대지 또한 결코 죽음이 아니다. 인고의 연단을 통해 스스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대한민국이 시련의 겨울을 떨쳐내고 ‘좌절의 봄’이 아닌 ‘희망의 봄’을 맞이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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