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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발목 부패고리 ‘배신의 원리’로 끊어라
‘부패인식지수’개발자 람스도르프 교수
부패척결 방법 ‘보이지 않는 발’ 제시
부패행위자들 서로 불신 배신하도록 설계
거래비용 올라가고 거래 성립 어려워져
증인보호 입법으로 내부고발 장려
정보제공자에 금전적 유인 제공 효과적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국가의 힘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지만 부정적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부패거래의 매커니즘, 특히 행위자들간의 상호거래의 배신이 초래한 파국을 학습한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 개발자인 요한 람스도르프 독일 파소대 교수에 따르면, 부패 행위자들이 서로를 배신할 가능성은 부패를 척결할 강력한 무기다. 그는 이를 ‘보이지 않는 발’의 원리라고 부른다.

그는 ‘부패와 개혁의 제도주의 경제학’(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부패를 척결할 묘안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부패 행위자들은 서로에게 혜택을 주고 받는 상호주의 신호를 보내려 하지만 종종 약속은 깨진다. 부패한 공무원은 애시당초 정직하지 않은데다 여러가지 제약으로 뇌물을 받았지만 특혜를 주기가 쉽지만은 않다. 반면 뇌물을 제공하는 기업인은 뇌물 제공의 대가로 무엇을 얻을지 알지 못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부패의 아킬레스건이다.

람스도르프 교수의 전략은 부패 행위자들의 이런 불안정한 관계를 이용해 서로 배신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뇌물 제공자와 수뢰자에 대한 ‘비대칭적 처벌’방식이 한 예다. 공무원을 처벌할 경우, 수뢰 자체는 낮추고 뇌물에 대한 대가성 특혜는 높이는 반면, 뇌물을 주는 기업인은 제공 자체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특혜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인허가 등을 받은 것에 대한 벌칙은 낮추는 식이다. 이럴 경우 부패거래에서 양쪽 당사자 간의 신뢰가 깨져 내부고발이 쉽게 이뤄진다. 배신을 용이하게 설계함으로써 거래비용을 높이는 것이다.

거래 비용은 거래 대상자 탐색 비용부터 협상비용, 계약작성비용, 준수여부를 감독하는 비용, 거래조건 위반시 준수하도록 실행하는 비용 등이 포함된다. 둘 사이에 의심이 커지면 이런 거래비용은 올라가고 거래성립은 어려워진다. 저자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발의 원리’이다.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작은 물고기를 풀어주는’ 이런 전략은 부패에 대한 엄벌을 강조하는 무관용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엄벌주의, 무관용주의로는 부패를 척결하기 어려울 뿐만아니라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부패가 경제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는 부패의 핵심을 부패한 관료로 본다. 부패한 관료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이익보다는 자신에게 돌아올 부패한 소득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경쟁자 중에서 나쁜 사람이 선정되고 프로젝트 중에서 나쁜 프로젝트가 더 빨리 진행된다. 국제투명성기구 지표에서 정직성이 6점 향상되면, 예를 들어 탄자니아의 정직성 수준에서 영국의 정직성 수준으로 향상되면 GDP가 20%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정치 부패도 마찬가지다. 정부 수반도 부패한 목표에 이끌리게 되면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일을 하지 못한다. 심지어 세금처럼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완벽한 뇌물체계를 설계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헌법적, 법률적 제약을 무시해야 한다.

그럴 경우 신뢰성있는 장기적인 정책 추진은 불가능하다. 민간 영역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투자 초기의 매몰비용을 감내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투자자와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데도 실패한다.

저자는 부패 척결의 실용적 방안으로 증인보호 입법으로 내부고발을 장려하는 것, 부패 거래에서 중개인의 존립을 어렵게 하는 것, 정보제공자에게 면책특권과 금전적 유인을 제공하는 것 등을 함께 제시했다.

‘김영란법’이 부패공무원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지만 부작용과 큰 부패와 관련,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저자의 제도경제학적인 실용론은 참고할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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