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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념일과 통계] 모국어의 미래
-2월 21일 국제 모국어의 날

[헤럴드경제] 2013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애란의 단편 <침묵의 미래>는 언어가 소멸해가는 암울한 미래를 그린 소설이다. 자신의 종족의 언어를 사용하는 최후의 인간들이 모여 있는 소수언어박물관이라는 곳이 배경이다. 작가는 “2주에 하나씩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집필을 시작했다”고 동기를 설명한 바 있다.

현재 전 세계 언어는 대략 7000여 개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96%인 6,700여 개는 전 세계 인구의 4%만이 사용하는 소수언어다. 아프리카 언어의 80%는 문자가 없다고 한다. 언어학자들은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의 절반 가까이가 향후 10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소설에서처럼 내가 쓰는 모국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각종 언어 관련 공식적인 통계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에스놀로그’(www.ethnologue.com)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5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총 23개이다. 사용자 수로는 중국어가 13억20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사용국가 수가 가장 많은 언어는 영어로 총 106개국이었다.

한국어는 사용자 수 7730만 명으로 12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총 7개국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들은 한국어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5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 국가로서의 지위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장기적으로 인구가 감소할 수도 있고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의 한국어 사용도 세대가 내려가면서 줄어들 수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 글로벌 언어로서 막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어 선호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2014년 한 매체에서 진행한 <20대 대학생의 한글 인식과 맞춤법 이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시 태어나면 선택하고 싶은 모국어’를 묻는 질문에 영어를 선택한 학생이 49.9%로, 한국어(43.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분야에서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못지않게 언어의 주도권을 쟁탈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영어를 포함한 주류 언어의 영향력이 민족과 국경을 넘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고 있어, 어떤 언어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늘(2월 21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국제 모국어의 날’이다.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 그리고 모국어를 존중하자는 취지로 1999년에 지정했다.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와 문화의 모태인 한국어가 아주 먼 훗날에도 소멸하지 않고, 우리의 문화정체성을 뚜렷하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정규남 통계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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