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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정치예능시대의 대선]정치는 예능 활용, 예능은 정치 소비
-대선주자의 미모의 딸 묻는 新정치예능
-개그맨 껴안는 신선한 장면 확산되기도
-“정치인의 진실 가린다” 지적도


[헤럴드경제=이태형ㆍ유은수 기자]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것은 국민통합의 정치를 미리 연습하려는 깊은 뜻이냐”(12일 방송된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편) “딸 이야기 하지 말자. 자꾸 내(유시민) 딸이랑 비교하려 한다”(2일 방송된 JTBC ‘썰전’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편)

‘정치예능’ 전성시대다. 종편 채널을 중심으로 정치를 다루는 예능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늘고, 최근 대선주자들도 잇따라 해당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전통 예능도 정치의 무대다. 최근 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유 의원 등 진보ㆍ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잠룡들이 KBS 간판 예능프로 ‘해피투게더3’의 섭외를 받고 출연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됐다.

대선주자를 취업 준비생으로 가정하는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는 새로운 콘셉트로 주목 받았지만, 패널들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애완동물에 대해 묻는 등 검증보다 흥미와 신변잡기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진=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문 전 대표 편 방송화면]

예능의 수혜주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안 지사가 꼽힌다. 안 지사는 포털사이트에 연재되는 예능프로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해 개그맨 양세형이 안 지사의 품에 안기고 귀에 속삭이며 밀착 인터뷰를 하는 등 파격적이고 탈권위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해당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돼 안 지사의 젊고 신선한 캐릭터를 대중에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유 의원도 평소 진지하고 딱딱한 이미지를 예능을 통해 타파했다. 그는 ’썰전‘에서 일부 정책이 좌파적이라고 지적 받자 “(텔레비전 토론을 보고)심상정 정의당 대표한테 ‘정의당에서 안 받아준다고 전해라’는 문자가 왔다”고 응수했고, 한 언론의 SNS 동영상에서는 “가진 게 딸밖에 없다”는 악플을 직접 읽고는 “저, 아들도 있다”고 재치있게 웃어넘겼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 2012년에도 MBC ‘무릎팍도사’, SBS ‘힐링캠프’ 등 예능프로에 대선주자가 출연해 인간적이고 소탈한 면모를 강조했다. 지금의 정치예능은 한발 더 나아가 정치인을 희화화하고 정치를 통해 재미를 추구한다. 명장면, 명대사가 확산되면 순식간에 인기를 얻을 수 있어 대선주자들도 공중파부터 SNS까지 채널을 가리지 않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SBS의 모바일 전용 채널인 ‘모비딕’의 프로그램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해 체력 검증을 위해 개그맨 양세형을 안아들고, 양세형이 안 지사의 귀에 속삭이며 밀착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연출해 화제가 됐다. [사진=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 안 지사 편 방송화면]

이런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정치엄숙주의를 탈피하고 대중이 쉽게 정치를 접할 수 있는 새로운 무대라는 분석이 있다. 정치예능 단골 패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기 때문에 모든 게 게임이 된다. 정치의 예능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정치인에 대해 여러 형태의 검증이 필요한데, 예능을 통해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고 대중은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반면 기존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해 나타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정치의 기능이 퇴화하고 사람들이 정치의 거대 담론에 피로감을 느끼는데, 정치가들은 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대중이 있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예능은 재미가 우선이기 때문에 진정한 토론보다 준비된 질문과 준비된 답으로 검증이 아닌 ‘쇼’를 연출한다”며 “정치예능이 정치인들을 대중친화적으로 만들지만 동시에 진실을 가리고 정치를 통해 무엇을 실현할지 질문을 회피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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