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버풀 ‘로저스=클롭’에 대한 반론
2017년 들어 리버풀의 성적은 2승 4무 5패로 좋지 않다. FA컵에서 4부리그 팀인 플리머스와 졸전을 펼친 후 간신히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곧바로 2부리그 팀인 울버햄튼에게 일격을 당하며 충격적인 탈락을 했고, 기대를 모았던 EFL컵 역시 사우스햄튼에 패하며 탈락했다.

리그 성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 12일 토트넘 전에서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상대를 압도했지만, 그 이전 헐시티와의 경기에서 당한 충격적인 패배는 많은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성적 부진이 계속되자 자연스레 수장인 위르겐 클롭 감독에 대한 날선 비판이 많아졌다.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모든 언론과 팬들이 ‘클롭 사냥’에 나섰다. 축구에서 팬과 언론이 냄비근성으로 일희일비하는 경우는 많다고는 하지만 1년 넘게 클롭을 찬양하던 사람들이 최근 한 달 사이에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클롭 비판론자들의 가장 큰 주장은 전임 감독 브랜든 로저스와의 비교다. 두 감독 모두 부임 후 리그 55경기 기록이 27승 16무 12패로 같다. 숫자상으로는 실패한 감독 로저스와 리버풀의 희망 클롭이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무리 결과로 말하는 것이 스포츠라 해도, ‘로저스 vs 클롭’ 비교는 부당하다. 먼저 다른 사례를 하나 보자. 맨체스터시티의 경우를 보면 결과만 놓고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마누엘 페예그리니 전임 감독은 첫 시즌 24경기에서 17승 2무 5패를 기록했고, 현재 지휘봉을 쥐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는 15승 4무 5패를 올렸다. 그렇다고 해서 페예그리니가 과르디올라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리버풀로 돌아오면 로저스 전 감독은 루이스 수아레즈(현 바르셀로나)라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가지고 있었다. 또 전술적으로는 수아레즈 외에는 공격의 해법을 전혀 찾지 못했다. 문제는 수아레즈가 떠난 후 더 심각해졌다. 2013-14시즌 준우승 이후 수아레즈는 바르셀로나로 떠났고 수아레즈의 판매로 많은 돈을 쥔 로저스 감독은 많은 선수를 영입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오랜만에 진출한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매 경기 답답한 전술로 일관했고, 마지막 경기에서 스토크시티에 1-6으로 대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2014-15시즌 종료 후 경질당할 것으로 보였던 로저스 감독은 다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전 시즌과 비슷한 이유로 실패했고, 결국 경질됐다. 로저스 감독의 스쿼드를 그대로 물려받은 클롭 감독은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로저스 체제에서 계륵이었던 피르미누를 펄스나인으로 기용했다. 피르미누는 클롭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며 많은 골을 넣어 리버풀의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클롭 감독 부임 이후 리버풀의 축구는 훨씬 조직력이 좋아졌고, 하나의 팀이라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무의미하게 공만 주고받던 로저스 감독 시절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도르트문트, 비야레알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선수 개개인을 놓고 보면 열세였지만 조직적인 축구로 열세를 뒤집었다.

비교는 같은 조건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감독들의 클래스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은 선수단으로 누가 더 좋은 성적을 냈느냐다. 같은 선수단으로 한 감독(로저스)은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고, 또 다른 감독(클롭)은 두 개의 대회에서 준우승에 올랐다. 심지어 전자의 감독은 선수단을 본인의 입맛대로 꾸린 이점을 누렸다. 본인과 맞지 않는 스쿼드로 더 좋은 성적을 낸 후자가 더 좋은 감독인 것은 모두가 인정할 사실이다.

박병두 기자/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