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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앤데이터] 반기문 3주간의 행보가 남긴 것은
- 정치 기반 부재 극복 못 하고 중도하차
- 국가의 외교적 자산으로서 역할 기대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전격 대선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이날 아침 아내와 상의하고 불출마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를 옆에서 도왔던 실무진도 그의 불출마 결정을 기자회견 직전까지 알지 못했다. 그림자처럼 그와 함께 했던 대변인조차도 눈치채지 못했다.

한때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위까지 기록했고, 불출마선언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13.1%를 기록하며 국내 정치적 기반 없이 시작한 그로서는 선전했다. 야권의 후보가 내걸었던 ‘정권교체’을 대신한 ‘정치교체’ 프레임도 깨끗하고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국민들에게 어필했다.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국내 어떤 지도자보다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귀국 이후 3주간의 일정도 숨가쁘게 소화하며 달려왔다. 가급적 많은 곳에 가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이슈가 됐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자긍심이 3주 새 무너져 내렸다.

대권행보를 이어갔던 그가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이중적인 모습과 인격살해에 가까운 ‘가짜’ 뉴스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고 자신과 가족, 10년간 근무했던 유엔에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애초 국내 정치적 기반이 없는 그가 국내 정치에서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귀국 이후에는 그의 행보에 대해 여러 관측이 쏟아졌다. 입당이냐 창당이냐 제3지대 ‘빅텐트’를 놓고 고민해야 했다.

국내 있던 다른 대선주자들과 출발선부터 달랐다. 그런 그가 정치교체를 내걸고 나왔을 때 그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그러나 그는 시민들의 궁금증을 조기에 풀어주는데 미흡했다. 공식 캠프 구성은 늦어졌고 이로 인한 내부 조율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치는 생물(生物)이다. 지지율 1위는 한순간에 곤두박질 칠 수 있고, 어제의 적의 오늘의 동지가 되는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권력욕이 없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곳에서 그는 권력욕이 없다고 했다. “한국 정치 문화를 바꿔보겠다”는 그의 순수한 의도는 너무나 순수했다. 그는 “(정치)꾼이 될 수 없다”고 했고, “보수 소모품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가 대선을 완주하려고 했다면 도덕성도 버려야 했다. 그는 “양심에 비춰 문제될 것이 없다. 평생을 남의 모범이 되겠다고 살아 온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했다. 네거티브를 헤쳐갈 수 있는 정치적 멘털리티(정신력)가 필요했다.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 이후 특별한 계획 없이 당분간 생각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10년간 걸친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든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벌이는 이념 갈등과 기득권ㆍ패권이 난무하는 국내 정치권에 그가 던진 메시지는 정치권의 과제를 다시금환기시켰다. 향후 외교 전문가로서, 한국 외교의 원로로서의 반 전 총장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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