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 2년에 3억, 대선 필승의 조건
닥치고 대치동이다. 길어진 회의에 저녁밥도 건너 뛰었다. 회사가 있는 강북에서 넘어와 닿은 은마 아파트입구 교차로. 너무 일찍 왔나. 벌써 15분째 차에서 대기중이라 허리가 뻐근하다.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빨간 가방을 맨 아들이 보인다. 안색이 별로다. 이럴 땐 무(無)대화가 상책이다. 대치동 학원가 갓길에 줄 지어 있는 승용차 안 풍경은 다 똑같으리라. 대기업 다니는 강 부장의 위안거리다. 그래도 학원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집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셔틀을 할 땐 울화가 치민다.

김 차장을 요즘 괴롭히는 건 보합(保合)이다. 심리적으로 이건 떨어진다는 신호 같다. 집의 절반은 은행 소유인데 집값의 향방이 궁금하다. 거의 매일 시세를 뒤지는 이유다. ‘인(in) 서울’에서 탈락해 수도권으로 튕겨져 나왔다는 자격지심 따윈 잊은지 오래다. 폭락 전망을 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입을 틀어막고 싶다. 교차로에서 육두문자가 튀어 나왔다. 네 번이나 신호가 바뀌었는데 그 자리다. 되도록 진입을 꺼리던 대치동에 들어와 버렸다. 잡생각 탓이다. 학원 앞에 정차해 놓은 차량을 째려본다. 그는 속칭 8학군 출신이다. 집과 학원을 오가는 승용차 셔틀의 주인공이었다. 강 부장의 빨간 가방을 맨 아들 같은 존재 말이다. 이 놈의 거리는 30년 가까이 변한 게 없다. 대학 간판 하나만 좇는 비(非)이성의 행렬에 입맛이 쓰다.

2년새 평균 3억4358만원.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의 몸값이 억소리나게 올랐다. 강 부장ㆍ김 차장의 울화와 탄식이 섞인 대치동도 영향권이다. 단언컨대 7할 이상이 사교육 시장 효과다. 교통의 요지, 쾌적한 생활환경은 곁가지다. 사교육이 부동산 시장을 뒤틀어 놓았다. 앉아서 3억원 넘게 생겼다는데, 허탈하지 않을 서민은 없다.

욕망의 강남이라고? 강남을 선망하는 시선이 여럿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사교육 바람에 편승해 입길에 오르고, 투기세력이 더해져 세(勢)를 불린 게 강남불패 신화의 민낯일 뿐이다. 6070세대는 자식 잘되라고 강남에 피같은 돈을 쏟아부었다. 정성이 모자랐을까. 3040세대는 성공방정식에 갇혀 헤매는 중이다. 불안한 1020세대는 앞만 보고 걷는다. 부의 대물림은 부럽지만 가족간 의식의 분절화를 권장하긴 힘들다. 강남을 방치한 역대 정권은 모두 무능했다. 향후 어떤 정권도 쉽사리 손댈 수 없을 만큼 그 곳은 커버렸다.

반작용은 필연이다. 주요 대선주자들이 공약으로 부동산보유세를 거론한다. 있는 자에게서 세금 더 걷어 복지에 쓰겠다는 논리다. 적지 않은 강남 자산가가 움찔할 수 있다. 시장 원리엔 맞지 않는 공정ㆍ평등이 대세 상승기다. 나태한 보수정권의 업보다. 세금을 더 물리려면 촘촘하게 선을 잘 긋는 게 중요하다. 투기세력만 핀셋으로 뽑아낼 정도로 실력 갖춘 정책기획자를 찾아야 한다. 어설프면 표로 응징당한다. 이것 저것 복잡하면, 임대아파트 위상을 정립하는 데 올인하는 편이 낫다. 임대아파트에 산다고 ‘거지’라고 놀림당하는 인식체계를 갖고 있는 ‘거지같은 세상’을 바로잡으면 성공한다. hongi@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