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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초빙교수] 도시노후화의 서곡
서울지하철 2호선의 잠실새내역 화재사고는 전동차의 노후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상전류 유입을 차단하는 장치가 과열되어 화재가 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전동차의 노후로 인한 사고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해 1월, 4호선 열차가 한성대역 인근에서 갑자기 멈추어 선 것도 장기사용으로 노후한 2호차 차단기에서 불꽃이 발생하면서 일어난 것이었다.

이미 작년의 사고 때도 언론은 고속차단기가 1997년부터 사용한 것으로 통상 15년간 사용하는 부품을 19년이나 사용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는 데, 이것은 이번 사고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최소한 노후 전동차가 모두 교체될 때까지 언제든 우리 주변에서 다시 일어난 수 있고 자칫 대형 지하철 화재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낡은 하수관 때문에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도로함몰사고와 함께 우리나라도 이미 도시노후화의 시대로 본격적으로 접어들었음을 알려주는 wake-up call인지도 모른다.

심각한 도시노후화 문제는 최근에 국내에서도 방영되었지만 미국 ‘히스토리 채널’이 2011년에 제작·방송한 ‘Inspector America’에 아주 적나라하게 잘 나타나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기반시설 안전전문가인 ‘티모시 갈라닉’은 미네아폴리스, 로스앤젤스,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 디트로이트 등 미국 6개 대도시의 사회기반시설을 직접 찾아 점검하면서 다양한 시설물의 노후 실태와 그것이 시민생활에 얼마나 위협을 주는지를 고발한다.

다 썩어 무너지는 교량, 낡고 썩어 여기 저기 파손되기 일쑤인 상하수도관, 도로함몰과 포트홀로 누더기가 된 도로, 붕괴 직전의 방조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낡은 가스관, 곧 무너질 것 같은 댐, 버려진 건물들과 전기공급시설 등등 미국 대도시들이 앓고 있는 사회기반시설의 실태와 문제점을 이 프로그램은 시각적으로 잘 보여 준다.

진행자인 티모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도중 미국의 사회기반시설을 보수하기 위해 2.2조 달러의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고 종종 절규하듯이 얘기하지만, 사실 이 수치는 미국 토목학회에서 2009년도에 발표한 사회기반시설의 현황보고서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2013년도에 다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비용이 자그마치 3.6조 달러에 달한다.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4년 동안 연방·지방정부 모두의 투자노력 덕분에 사회기반시설의 평균 등급이 2009년의 D에서 2013년에는 D+로 한 등급 상향되었음에도 사회기반시설의 보수 비용은 오히려 1.6배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보면, 미국조차도 이 문제를 풀어내기가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만 잠깐 검색해 봐도 우리보다 먼저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였던 해외 대도시들이 대부분 노후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은 여기 저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시노후화의 문제는 우리라고 비켜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늙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노후화도 필연적이고 숙명적이다.

우리도 사회간접자본의 노후실태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할 수 있다. 실태파악과 재원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기술개발과 인력훈련, 점검과 보수시스템 등 관련 정책이 적절한지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되짚어 봐야 할 때다.

다행히 서울시의회가 지난 해 7월 국내 최초로 ‘노후기반시설의 성능개선 및 장수명화 촉진 조례’를 통해 노후기반시설에 대한 실태평가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종합관리계획도 수립하도록 법정화하고 서울시가 금년도에 관련용역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해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문제가 지방정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앙정부가 문제를 직시하고 지방정부와 같이 힘을 합쳐 종합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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