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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정치 블랙홀에서 경제 구출하기
검은 구멍을 뜻하는 ‘블랙홀(Black Hole)’은 우주에서 어떤 물체든지 흡수해 버리는 천체다. 빛조차도 블랙홀을 피해 갈 수 없다고 한다.

지난해 터진 정치 이슈는 다른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여기에는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중요하게 추진됐던 경제정책 과제 논의는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했다. 4차 산업혁명, 인구문제, 보호무역 등 대응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데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앞장서야 할 경제정책은 뒤로 밀려나고 오히려 기업을 규제하는 추세는 늘어나고 있다.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각종 규제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기업의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마땅하지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자칫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영국에서는 주식회사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한때 100년가량 주식회사 설립을 금지했다.

또한, 상인과 부자, 기업가를 경시하는 풍토로 인해 산업혁명을 먼저 시작하고도 후발주자인 미국에 뒤처지게 되었다.

정치 이슈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가운데 정작 현재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이 부각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제조업 일자리가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마치 남의 나라 얘기처럼 취급하는 분위기다.

얼마 전 개최된 다보스포럼(Davos Forum)에서는 주요국 CEO가 올해 성장전망을 대체로 밝게 예상했다.

반면 IMF가 2017년 경제 성장전망을 하향 조정한 선진국은 한국과 이탈리아 뿐이다. 우리만 외톨이가 된 느낌이다.

실제로 지표로 나타나는 우리 경제의 상황은 매우 어렵다. 정부는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하향 조정했으며, 대한상의 기업경기전망조사 결과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IMF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얼마 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연 4% 경제성장을 공언했다. 목표가 현실로 이루어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4%대 성장률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우리 입장에선 부럽기만 하다.

어쩌면 우리는 경제위기라고 하는 단어 자체에 무뎌져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정치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경제해법이 절실한 시기에 적절한 대안을 내놓기가 어렵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지만 경제만큼은 빨려 들어가게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지금은 그동안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을 바꿔 나가는 중요한 시기일 수 있다. 질서 있고 원칙과 상식에 맞게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았으면 한다.

기업의 본질·역할에 대해서는 잊지 않았으면 한다. 기업은 국부를 키우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원천이다.

우리 사회가 기업과의 불화(?)를 내려놓고 블랙홀이 아닌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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