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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부, 재외국민 보호에 여전히 ‘구멍’…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한동만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는 24일 테러나 지진 등 해외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외교부 산하에 위기상황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사건 발생 시 골든타임 내에 신속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만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은 관광객들이 대만 주재 한국대표부에 연락을 했을 때도, 지난해 10월 필리핀에서 한국 사업가가 현지 경찰에 납치돼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을 때도, 이미 영사국 매뉴얼도 있고 24시간 운영되는 영사콜센터도 있었다. 영사국 공관원들도 영사지침에 따라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 멕시코에서 인신매매 범죄자로 몰려 한국인 여성 양모(39ㆍ여) 씨가 구금된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재외공관은 통역 서비스를 제공했다.

문제는 실무자들의 미숙한 업무대응이다. 지난해 10월 주멕시코 대사관에서 이뤄진 국정감사에서 대사관은 초동대처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4월 감사원이 발표한 ‘재외국민보호 등 영사업무 운영실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재외국민이 체포되거나 구금된 건은 총 2968건을 기록했다. 이 중 1275건(43%)은 영사 면회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 11월 감사원에서 영사 핫라인 운영실태를 확인했을 때도 149개 공관 중 42개 공관이 잘못된 번호를 기재하거나 연결되지 않았다.

소수의 공관원에게 쏠리는 업무량도 문제다. 필리핀의 경우 살인과 납치 등 강력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대사관에 3명, 세부 분과에 1명으로 총 4명을 배치한게 전부다. 2015년 필리핀에서 발생한 강력범죄가 152건인 점을 고려하면 공관원 1명 당 38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했다. 대만 주재 한국대표부도 마찬가지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은 공관원이 40~50명, 많게는 200명이나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숫자가 적다”며 “4~5명으로 구성돼 있어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사지침 등 대응매뉴얼이 있어도 이를 숙지할 만한 여건이 충분하지 못해 공관원들의 미숙한 대응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외교부는 처음 대만 주재 한국대표부의 대응이 논란이 됐을 때도 “당직자가 관련 부서 직원이 아니라 대응이 만족스럽지 못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원화된 신고체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외교부는 해외교민ㆍ한국인 여행객의 안전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2005년부터 24시간 영사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재외동포영사국의 영사서비스과에서 운영되고 있는 콜센터는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일반 교민이나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현지에서 즉각 대응하거나 직접 대책마련에 나서 줄 수 있는 재외공관에 직접 연락하는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현지 업무를 보는 것은 결과적으로 영사콜센터가 아닌 주재 영사관이기 때문에 결국 영사관의 인력보충이 중요하다.

외교부는 23일 대만 현지에서 택시기사에게 한국인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것과 관련 주한대만대표부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 정진규 심의관(부국장급)은 이날 오후 주한대만대표부 부대표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불러 재발방지 및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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