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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생 100주년, 윤동주를 보는 세 가지 시선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올해는 시인 윤동주가 탄생한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친근한 시인을 새롭게 조명하는 작업이 한 해동안 다각적으로 이뤄진다.

그 첫 행사로 23일 한국문인협회와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이 공동으로 연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선 아동문학가로서의 윤동주의 모습과 저항시인, 또 기독교 신앙에 바탕한 이상주의를 꿈꿨던 시인으로서의 윤동주의 모습이 새롭게 조명됐다.

윤동주는 1917년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일본 교토 동지사대학 유학중 독립운동을 모의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2년형 복역 중 목숨을 잃었다. 재판을 받을 때 부장판사가 윤동주가 죽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한 번만 부인하면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회유했으나 끝까지 부인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윤동주가 어둠의 시대를 견딘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가톨릭대 류양선 명예교수는 “신앙에 바탕을 둔 종말론적 희망에 있다”고 본다. 그리스도교 종말론은 종말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시련을 겪고 있는 현재에서 출발, 미래적 희망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현재의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하 중앙대 교수는 아동문학가로서 윤동주를 새롭게 조명했다. 정병욱이 윤동주의 유고 31편을 모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낸 것은 1948년 1월. 시가 계속해서 발굴되면서 증보를 거듭해 지금까지 윤동주의 시로 알려진 작품은 125편에 이른다. 이 가운데 30편 정도가 동시다.

윤동주가 지상에 발표한 첫 동시는 1935년, 19세 때 쓴 ‘조개껍질’. 본젹적으로 동시를 발표한 것은 1936년부터이다.이 해는 미션스쿨인 숭실중학교가 신사참배를 거부하자 학교를 폐교시켜버리고 학생들은 항의표시로 단체 자퇴를 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윤동주도 친구 문익환과 함께 용정으로 돌아온다.

윤동주는 1938년 2월에는 광명중학교 5학년 졸업을 하고 4월 9일에 서울 연희전문 문과에 입학하는데 이 해에도 동시 ‘햇빛, 바람’‘해바라기 얼굴’‘애기의 새벽’‘귀뚜라미와 나와’ 등을 발표한다. 1939년에는 ‘아우의 印象畵’‘산울림’등을 발표한다. 연희전문 학생이 되는 1938년부터는 발표지면이 ‘소년’지로 넓혀진다.

윤동주의 집중적인 동시 창작은 정지용의 영향이 큰 것으로 이 교수는 평가한다. ‘정지용시집’이 나온 것은 1935년 10월로 89편의 시가 실려 있는 정지용의 제1시집에는 동시로 볼 수 있는 작품이 여러 편 실려 있다. 윤동주가 이 시집을 탐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아에 허덕이는 민중의 아픔을 담아낸 ‘사과’나 이산의 현실을 그려낸 ‘오줌싸개 지도’ 등은 윤동주 동시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인인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윤동주를 시대의 저항 시인으로 부각시킨다. 그동안 ‘참회록’이나 ‘자화상’등의 시에서 윤동주는 나약한 이미지로 각인돼왔지만 강한 저항정신과 독립의지를 보여주는 시편들이 적지 않다.

절망의 시대이지만 희망을 갖고 전진하라는 ‘눈 감고 간다’는 시를 비롯, 죽어가는 민족, 죽어가는 조국의 하늘과 바람과 별을 끌어안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는 차가운 각오를 담은 ‘서시’등이 그렇다.

윤동주의 애국정신과 저항성은 그의 고향과 관련이 있다. 윤동주가 태어난 명동촌은 그 당시 우국지사들과 선각자들이 모였던 총 집합 장소였다. 윤동주 시인의 할아버지 윤하현은 독실한 장로요, 선각자로 윤동주는 할아버지가 독립투사들에게 독립자금을 대 주는 것을 보고 자랐다. 외삼촌 김약연은 명동촌에 학교와 교회를 세운 목사였다. 신앙과 저항정신, 애국혼은 그런 환경에서 어린 윤동주에게 자연스럽게 스몄다.

윤동주가 살았을 당시 용정의 기독교는 순혈주의적 신학과 신앙의 순결에 목숨을 걸었던 전혀 때묻지 않았던 기독교였으며, 애국 사상이 함께 녹아있었다.

소 목사는 “윤동주의 시 세계를 덮고 있던 인간의 보편가치와 자연의 서정성이라는 커튼을 젖히고 그 배후에 감춰진 기독교 정신과 애국 사상, 시대를 향한 저항적 예언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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