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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우성 “무너지는 권력자…그를 비웃게 만들고 싶었다”
영화 ‘더킹’서 힘좇는 정치검사 ‘한강식’役
지금의 한국현실 맞물린 풍자·해학 주목
“도전 통해 성숙한 배우로 확장하고 싶다”


영화 ‘더킹’은 재미가 있다. 조폭들을 끼고 있는 정치 검사 이야기는 자칫 식상하기 쉽다. 하지만 ‘더킹’은 그 흔한 조폭 중심이 아닌 검사 중심이어서인지 뻔하지는 않다. 조폭 영화의 클리셰를 답습하지 않아도 됐다.

‘더킹’에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까지 우리 현대사 역대 대통령들이 자료화면에 그대로 등장해 사실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건 그냥 영화속 배경은 아니다.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영화속 정치검사들의 앞날이 결정된다. 꽃길과 흙길로 가는 대선 길목에서 정치검사들은 무당을 찾아다닌다.



한재림 감독은 “‘더킹’은 ‘한국만큼 권력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영화”라면서 “한국사회의 부조리함을 권력자들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그 안의 모순점과 문제들을 좀 더 명확하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더킹’에서 정치검사,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권력의 설계자가 한강식(정우성)이라는 검사다. 그는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싶었던 후배검사 박태수(조인성)를 자신의 라인에 끼워넣는다.

한강식을 연기한 정우성은 “영화가 재미 있었다”는 기자의 말에 “메시지가 무거울 수 있다. 계몽영화일 수도 있다. 그래서 풍자와 해학이 담긴 마당놀이 같은 수준높은 우리 전통문화를 집어넣었다”고 했다.

“한강식을 무너뜨리면서 관객들이 그를 비웃게 만들고 싶었다. ‘요즘 애들 역사 공부를 안한다’ ‘민주주의, 공산주의가 뭐니?’ 등 한강식의 일장 연설을 들으면 화가 난다. 한강식에게 초심을 얘기했던 역사에 부끄럽지 않는 바른 검사가 되라고 하는 게 아니라, 부역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해 분노가 나오게 되고 비웃을 수 있다.”

정우성은 한강식이 쓰는 말투와 한강식 일파의 노는 모습을 잘 연기했다. 그럴듯하다.

“한강식이 노는 모습은 그들만의 이해관계의 특화다. 자아도취에 빠져서 논다. 그걸 극대화 하기 위해 세상이 잘 보이는팬트하우스를 설정한 거다. 말투도 논리의 그럴싸함을 위해 자심감 있게 구사한다.”

정우성은 공인 의식을 망각하고 개인 승진에 치중하는, 삶의 풍요로움으로 인해 정당성을 망각하는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영화 대사에도 나와있듯이 99%의 검사는 좋은 검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염돼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 시대의 불합리속에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는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우성은 잘생긴 로맨틱 코미디형 느낌이 나지만, 최근 무거운 영화에 잇따라 나왔다. 현 정권과 시국에 대한 쓴소리도 몇차례 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문화예술 관련 블랙리스트에도 이름이 올라있다. 세계 난민촌을 돌면서 세계관도 확장됐다고 했다.

“체제와 자기 권력 유지, 이해와 충돌되는 이야기를 하면 종북으로 모는 색깔론은 이 시대에도 하고 있다. 자기들이 쟁취한 기득권에 대한 집착이라는 의미다. 사회적인 발언을 할 때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라 상식에 대한얘기다. 정권속 사람들이 얼마나 사익으로 몰고갔는지를 알고 있다. 그것의 불합리를 얘기한 것이다. 그걸 얘기 못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런 말을 하는 정우성이 범죄 누아르 ‘아수라’에 이어 ‘더킹’을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나도 40대 중반의 기성세대로 접어들고, 영화계에서 선배대접을 받는다. 나의 직업을 통해 세상에 어떤 소통을 하고,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런 와중에 ‘아수라’와 ‘더킹’ 시나리오를 봤다.”

‘더킹’은 정우성이 후배 조인성과 함께 하는 영화라는 의미도 있다. 그는 “과거 같은 소속사에 있었고, god 뮤직비디오에도 같이 나왔다. 내가 타사로 이적하면서 어린 인성이 동경했던 선배로서의 미안함이 항상 있었다”면서 “한강식을 무너뜨리고 싶고, 인성이도 있고 해서 택했다. 인성이는 내가 회사를 나가면서 생긴 오해와 섭섭함이 깨져서 좋았다고 하더라. 그는 의젓한 배우로 성장해있었다. 오히려 인성이에게 자극받았다. 이런 멋있는 후배가 되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도 후배들을 챙길 단계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정우성에게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다. 서문여고 앞 햄버거 집에서의 알바다. 본인에게 직접 그 전말을 들었다.

“중3때 돈이 필요했다. 키가 커 재수생이라 속이고 알바를 했다. 서문여고에서 예쁜 재수생이 알바 한다고 소문이 나면서, 또 인근 중학교에서는 중3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햄버거 파티가 자주 열렸다. 나는 후라이판에 계속 햄버거를 구웠다. 팬레터도 받았다. 사장님에게는 보너스도 받았다.”


정우성은 “배우를 안했으면 무엇을 했을까”라는 질문에는 “알바 경험이 있는 인테리어 가게를 했거나, 술을 좋아했으니까 돈 모아 바(bar)를 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정우성은 영화 제작과 감독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영화인으로서 성숙함이 보이는 그는 “하지만 청년이고, 소년이고 싶다. 무모할 수도 있지만, 타협보다는 도전하고 싶고, 내 경력에 맞는 성숙함을 가지고 싶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철학도필요함을 느낀다. 영화배우로서도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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