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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우려되는 공공안전시스템 불신 분위기 확산
세월호 사건 이후 공공안전시스템을 믿지 않으려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는듯해 걱정스럽다. 22일 오전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전동차 화재 사고가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전동차가 역 구내로 진입하던 중 두번째 칸 아래 배터리 충전기 장치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며 발생했다. 사고가 나자 기관사는 “차량 이상으로 정차했으니 안전한 열차에서 잠시 기다리라”는 안내 방송을 했다. 그런데 승객들은 이를 믿지 않고 스스로 비상문을 열고 승강장으로 탈출했다. 기관사는 잠시 후 화재를 확인하고 다시 대피하라고 방송했지만 승객들 대부분은 자력으로 탈출을 한 뒤였다. 공공안전시스템이 전혀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안전조치 미흡과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물론 서울메트로의 초동 조치가 완벽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객실에 불이 난 상황은 아니지만 연기가 나오면 질식 위험도 있는 만큼 더 신속하고 안전한 조치가 필요했다. 다행히 휴일인데다 아침 이른 시각이라 승객이 많지 않아 망정이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정작 우려되는 것은 공공안전시스템을 믿지 못하는 국민 인식이 점차 굳어진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안전’은 국가 정책의 제1 기준이 됐다. 오죽하면 국민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국가 조직까지 바꾸었겠는가. 하지만 그로부터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각종 사고와 자연재해가 닥쳐도 국가의 안전시스템은 우왕좌왕할 뿐 여전히 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주 지진 발생 늑장 대응 등 그 사례는 차고 넘친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매뉴얼에 맞춰 신속하게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그렇게 안이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 화재가 난 객실 승객들은 눈 앞에 연기가 차오르는 데 ‘기다리라’는 방송 외 다른 안내가 없으니 얼마나 불안했겠는가.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세월호의 악몽이 연상됐을 것이다. 매뉴얼만 지켰다고 할 일 다했다는 식의 인식이 공공안전스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날 불이 난 전동차도 운행한지 28년이나 됐다. 지하철 설비와 시설의 노후화가 언제 대형사고를 불러올지 불안하다. 안전대책 전반에 걸친 재점검과 인식 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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