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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도깨비’ 김은숙 작가의 진화된 엔딩법
- ‘도깨비‘의 엔딩이 가치 있는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드라마 ‘도깨비’는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공유(김신)와 김고은(지은탁)이 다시 만나 과거 기억을 살려 서로를 알아봤으니 해피엔딩이다. 물론 지은탁이 말한 ‘슬픈 사랑‘의, 운명적이고 영원한 사랑의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이승에서 죽고 환생해서 만났는데, 뭐가 해피엔딩이냐는 반응도 있다. 환생해서 만나는 것은 종교적이고 정신의 영역이 아닌가. 극중 지은탁은 현실세계에서 유치원생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희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하지만 해피와 새드를 떠나 ‘도깨비‘의 엔딩이 가치가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서사 전개 방식과 잘맞물린 엔딩이 나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여운은 더욱 길게 남아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드라마 제목인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기존 드라마들이 100% 예측가능한 뻔한 엔딩의 무료함을 없애고 임팩트을 높이기 위해, 또는 반전을 위해 뜬금 없는 엔딩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깨비’는 생과 사, 이승과 환생, 윤회를 이야기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펼쳐나갔다.그 연장선상에서 공유와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의 엔딩이 펼쳐졌다. 이건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과 서대영이 죽었다는 사실이 전해진 한참 뒤 “몰랐지롱” 하고 살아오는 기법보다 훨씬 더 정교하다.

써니의 대사중 인간에게는 4번의 생(生)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건 엔딩까지 감안하는 설정일 수도 있다. 지은탁이 죽고나서 환생해 김신을 다시 만난 것, 지은탁이 교통사고로 저승으로 갈 때 현생에서의 기억을 지우는 차를 먹지 않았던 것, 그래서 죽고나서 30년 후에도 여교생으로 김신을 처음 만났던 첫사랑과, 김신 입장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도깨비 신부와의 사랑의 엔딩이 가능해졌다. 현실과는 달리 ‘기다림은 짧고 만남은 긴 인연으로 만나길 빈다’는 말의 여운도 남아있다.

지은탁과 김신 커플은 과거 기억을 가지고 만나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반면 왕여(이동욱)와 김선(유인나)은 전생 1~2번째 생의 기억을 완전히 지운 채 세월이 흐른 뒤 형사와 여배우로 만나 연인이 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도깨비’는 김은숙의 몇몇 이전 드라마와 달리 종반에도 이야기가 느슨하지 않았다. 13회에서 박중헌의 등장으로, 공유-김고은의 이야기가 처지던 상황을 반전시켰다. 왕여(저승사자 이동욱)와 김선(써니 유인나)의 스토리가 확 살아나며 김신(공유)도 여기에 물려들어간 스토리가 긴장감을 살려냈다. 엄밀하게 말하면 10~12회는 조금 느리게 진행됐다. 공유-김고은의 이야기만으로는 서사가 조금 약화되던 시점이어서 13회의 클라이맥스 효과는 더욱 컸다.

비서에서 회장이 돼 고장난 자동차를 고치는 김 회장(조우진)의 늙은 모습도 그려졌는데, 후반에 극적 반전을 준 유덕화(육성재)의 엔딩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데 ‘도깨비‘ 김신의 불멸의 시간은 어찌되는지가 궁금하다. 지은탁이 작성한 계약서는 ‘을’(김신)은 ‘갑‘(지은탁)의 소환에 응한다고 돼있다. 소환할 ‘갑’이 없어지면 도깨비는 계속 홀로 외로이 남아있어야 하나?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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