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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X 파일>켄보 600은 샤오미폰이 될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1년 전 국내 통신 시장에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난해 1월 27일 생활용품 판매점인 다이소 종각점에 스마트폰을 사려는 소비자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습니다. 최신 아이폰이나 갤럭시폰을 사려는 줄은 아니었습니다. 중국업체 샤오미의 홍미3를 사기 위한 줄이었습니다. 9만9000원짜리라는 가격도 파격이었고, 이를 자판기에서 판매한다는 것 또한 완전히 새로운 발상이었습니다.

꽤 괜찮은 성능에 저렴한 가격이 만나 ‘환상의 가성비’라는 평가를 받으며 샤오미 스마트폰들은 당시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덕분에 고가 스마트폰이 주도했던 국내 통신 시장에도 중저가폰 바람이 불며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이로부터 딱 1년 후 이제는 자동차 시장에도 중국산 제품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중국 5대 자동차회사인 북경자동차의 수출차량 전담 생산업체 북기은상에서 제조한 중형 SUV ‘켄보(KENBO) 600’입니다. 차체 크기는 국산 중형 SUV와 흡사하지만 판매가격은 소형 SUV 수준으로 1000만원 이상 저렴합니다.

풀옵션으로 해도 가격은 2100만원 정도로 이 가격에 맞추기 위해 디젤보다 원가가 저렴한 가솔린 엔진을 채택했습니다. 켄보 600을 수입ㆍ판매하는 중한자동차의 이강수 대표는 기자와 만나 “국내에선 SUV가 디젤 위주로 판매되고 있지만 이 모델에 디젤을 달았다면 이 같은 가격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켄보 600은 전장 4695㎜에 전폭 1840㎜, 전고 1685㎜, 축간거리 2700㎜의 몸집을 보유했습니다. 이는 전장 4700㎜, 전폭 1880㎜, 전고 1680㎜, 축거 2700㎜인 국산 대표 중형 SUV 싼타페와 거의 같습니다.

하지만 싼타페가 2.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것과 달리 켄보 600은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채택했습니다. 엔진 크기만 놓고 보면 1.6리터 엔진을 채택한 티볼리 수준입니다. 중형 SUV 크기에 소형 SUV 엔진을 단 셈입니다. 켄보 600은 상대적으로 작은 엔진 크기를 가솔린 터보로 극복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에 켄보 600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147ps와 21.9㎏ㆍm으로 티볼린 가솔린 모델(124ps/16㎏ㆍm)보다 다소 앞섭니다. 반면 싼타페(183ps, 41㎏ㆍm)보다는 뒤쳐집니다.

켄보 600은 중형 몸집을 강제흡입 방식의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돌리다보니 연비가 9.7㎞/ℓ로 다소 낮은 것도 흠으로 지적됩니다.

켄보 600은 모던과 럭셔리 2개 세부모델로 판매됩니다. 가격은 각각 1999만원, 2099만원입니다. 3000만원대인 싼타페보다 1000만원 가량 저렴합니다.

켄보 600은 국산 소형 SUV, 준중형 세단 모두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입니다. 같은 값이면 소형 SUV 소비자에겐 더욱 큰 공간을, 준중형 세단 소비자에겐 더 저렴하면서도 SUV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켄보 600이 샤오미폰처럼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합니다. 초도물량 120대가 빠르면 이달 안에 소진될 정도의 분위기지만 중국산 자동차라는 인식을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은 작기 때문에 눈에 바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차는 다르다. 큰 몸집의 차일수록 중국산이라는 인식을 넘기엔 어렵다. 적어도 4계절이 지난 이후 정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깁니다. 가격은 저렴해도 안전이나 품질에서 아직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켄보 600이 샤오미폰처럼 자동차 시장에도 가성비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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