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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가장려제 부활②] 휴가 눈치 안보는 문화가 선결 조건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중간층ㆍ저소득층 근로자들이 주어진 휴가를 다 쓰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 노동시간과 동료ㆍ직장상사의 눈치를 보는 빗나간 직장문화 때문이다. 이는 협업과 품앗이에 익숙한 우리 문화와도 무관치 않은데, 과연 한국적 정서라는 이유로 용서받을 수 있을까.

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113시간(2015년 기준)으로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었다.

가족 여행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일을 많이 하는 만큼, 한국인의 휴가일수는 줄어드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6~8월 2만5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들 다 가는 여름휴가 여행 조차 못간 응답자(5000여명) 중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답이 35%로 가장 많았다. ‘비용 부담’은 20%로 3위였다.

고용노동부가 2013 회계연도 기준 1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연차유급휴가를 조사한 결과, 근로자 1인당 평균 14.2일이 주어졌고, 실제 사용한 일수는 8.6일, 사용하지 않은 일수는 5.6일로 나타났다. 평균 사용률은 60.4%였다. 휴가사용률은 2011년 회계연도 기준 조사에 비해 오히려 1%포인트 낮아졌다. 고용부의 이런 조사는 의무적인 것이 아니라서 그 이후 조사는 없다. ‘휴가촉진 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문체부가 올해부터 이런 조사를 의무적으로 벌이게 된다.

글로벌 여행사 익스피디아의 ’2015년 유급휴가 국제비교‘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연차휴가 15일 중 8일만 사용해, 조사대상 28개국중 사용일수에서 6년연속 꼴지를 기록했다. 익스피디아는 이를 기반으로 다시 지난해 11월 20~50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한 결과, 연차를 다 쓰지 못한다고 답한 사람은 남성(60.8%)이 여성(52.2%)보다 다소 많았고, ‘휴가 반납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0.2%였으며, ‘사용되지 못한 연차는 소멸된다’는 답은 38.1%였다. 휴가 사용을 권장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14.5%였다.

‘일하는 나라’의 전통과 이로 인해 고착화된 직장문화는 ‘눈치보기’, ‘의욕저하’ 등 불합리한 양태로 나타난다. 익스피디아의 조사에서 ‘휴식 없이 일하는 직장 동료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에 ‘안타깝다’ 52.7%, ‘이해하기 어렵다’ 17.3%, ‘상대적으로 내가 적게 일하는 것 처럼 비춰질까 두렵다’ 15.0%로 나타났다.‘열정이 느껴진다’(7.9%), ‘동기부여가 된다’(3.0%)는 응답도 있었다.

일단 휴가를 받아도 힘겨운 과정을 거쳐서인지 불만이 많다. 휴가 승인자에게 바라는 것에 대한 설문에서 ‘휴가 중 업무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 34.7%로 가장 많았다. 특히, 25~34세 여성은 휴가 중 업무연락에 불만을 품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휴가 일정에 대해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은 21.0%, ‘휴가 사유를 묻지 않을 것’이라는 답은 20.7%, ‘휴가 승인을 빨리 처리해 줄 것’ 11.5%, ‘복귀 이후 눈치주지 않을 것’이라는 답도 9.4%였다.

여행의 꿈에 부풀어 휴가를 하려는데 심리적 물리적 걸림돌이 생기면 사기가 떨어진다. 한국관광공사가 2014년 한해만 실시됐던 휴가지원제(체크 바캉스) 참여 근로자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0명중 8명이 만족한다는 답을 했고, 익스피디아 조사에서는 10명중 9명이 ‘휴가 다녀온 후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4월 영국의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6명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여론조사가 발표되면서, 휴가사용 장려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휴가가 근로자 의욕고취는 물론 저출산의 해법으로 떠올랐다. 일본 게이단렌(經團連ㆍ경제단체연합회)은 매달 마지막 금요일 오후 3시 퇴근 제도화를 추진중이다. 놀러 다녀야, 일을 더 잘한다는 점을 선진국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품앗이, 협업은 일을 할 때 강조하는 것이지 휴식시간을 직,간접적으로 뺏으면서 쓰는 용어는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산업계가 되새길 때이다. 특히 ‘눈치주기’는 휴가를 빼앗는 ‘불법’행위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휴가 줄 것 주면서 괜히 직원들의 사기만 저하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근절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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