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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재용 영장 기각, 특검 수사방향 돌아보는 계기돼야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속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뇌물 범죄의 요건인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 정도 등을 비춰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도 이를 사전에 알고 지원했다는 증거와 정황을 제시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영장 심사를 맡은 조의연 판사는 기각 결정을 내리기까지 무려 18시간 이상 심사숙고했다. 그럴 정도로 깊은 고민을 했다는 것인 만큼 특검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특검은 미리 수사 방향을 정해 놓고 꿰맞추려한다는 세간의 비판에대해 할 말이 없게 됐다. 더욱이 내달초까지 끝내려 했던 박 대통령 대면조사 계획도 부담이 한결 커졌다. 뇌물 공여를 입증하지 못했는데 뇌물 수수로 몰아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에서도 영장 기각을 무리한 수사의 결과라고 반박하고 나올게 뻔하다. ‘이재용 영장 승부수’가 통하지 않는 바람에 특검 수사 전반에 차질만 불러온 꼴이 되고 말았다.

거대 기업의 오너라고 특별대접을 받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신중한 접근은 필요하다. 반기업 정서에 기대어 ‘일단 잡아들이고 보자’는 식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은 물론 한국 전체의 국익에도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만해도 그렇다. 비록 기각됐지만 뇌물 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은 범죄기업 취급을 받는다. 그 유무형의 불이익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설령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받더라도 한번 구겨진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지난 연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이 부회장을 IT 거물 모임에 초대했지만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참석하지 못한 적도 있다.

특검은 영장 기각과 관련, “법원의 결정은 법적 견해 차이로 유감”이라며 흔들림없는 수사 방침을 재확인했다. 특검으로선 아쉬움이 많겠지만 수사과정과 향후 방향 설정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특검의 설치 목적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는 일이다. 여론과 민심에 휘둘리지 않고 이제부터라도 본래의 의도에 충실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특검이 강조한 정의도, 국익과 경제도 다 함께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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