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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6분 아빠…대한민국 ‘아빠의 전쟁’
“마음은 항상 아이들과 있지만 마음만 있을 뿐이야. 몸은 항상 회사에 묶여있는 게 문제지.”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 아빠의 모습이다. 아이와 함께 있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 지난 2006년 일본국립여성교육회관이 한국, 일본, 미국, 프랑스, 태국, 스웨덴 6개국에서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적이 있다. 한국 아빠들은 평일 하루평균 2.8시간으로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가장 짧았다. 아이와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태국(5.9시간)에 비해 반도 되지 않았다. 10년이 넘은 지금 대한민국 아빠의 모습은 나아졌을까.

최근 술자리나 점심식사 자리에서 가장 많은 주제로 등장하는 SBS 신년기획 ‘아빠의 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놀랄만한 수치를 들었다. 한국 아빠들이 평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10년전보다 더 후퇴한 ‘6분’이라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아이들의 눈에 비친 아빠의 모습이다. 초등학생에게 아빠의 모습을 그려보라는 미션에서 우리 아이들은 아빠의 모습을 술, 담배, 잠, TV 그리고 돈과 연관해 묘사했다. 반면 스웨덴에서의 아빠의 모습은 10년 전보다 더 가정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10년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리 사회도 10년간 TV속의 스웨덴이나 독일처럼 법으론 아빠에게도 육아휴직 12개월이 보장됐다. 또 육아 휴직수당도 보장됐다.

하지만 대부분 아빠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은 그렇지만 육아휴직을 완전히 다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에 고민중인 한 지인은 “육아휴직 12개월을 보내고 돌아올때 ‘책상을 뺄 것’이라는 불안감과 승진에 대해 불이익 우려가 당장 떠오르더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아빠는 가정과 일, 모두를 지키고 싶어한다. 야근 이후 집앞 호프집에서 만난 고향 친구는 “나도 아이들과 매일 저녁을 같이하면서 얘기를 많이 하고 싶다”며 “근데 고용 불안감에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아이가 아빠는 일중독이라고 해도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일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TV속에 비친 스웨덴의 라떼파파(한 손엔 커피 들고 한 손으론 유모차를 끌며 거리를 활보하는 아빠들)는 현재 부러움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라떼파파가 등장한 것은 불과 10~20년에 불과하다. 스웨덴의 라떼파파도 20년전에는 지금의 대한민국 아빠처럼 바쁜 일상에 좇기면서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한다.

스웨덴은 어떻게 라떼파파 천국이 됐을까. 바로 정부가 나서 끝날 것 같지 않은 ‘아빠의 전쟁’을 종식시킨 것이다. 마음 편히 육아휴직을 즐길 수 있도록 금전적인 부족분은 정부가 충당해주고 대한민국의 아빠들처럼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도록 육아휴직에 따른 부당한 대우를 법적으로 금지시켰다. 여기에 다양한 문화적 배려까지 더해져 지금의 라떼파파 천국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도 정부가 강력하게 나서면 바뀔까. 글쎄다. “아마 스웨덴처럼 정시 퇴근하게되면 또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아야 할지 몰라. 아이 키우는데 돈 많이 들잖아?” 친구 녀석의 넋두리는 그랬다. att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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