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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자녀는 물론 부모의 노후도 망치는 ‘에듀 버블’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이 내수 침체의 원인이란 사실이 12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해 3분기 전국 도시 근로자가구(2인 이상)의 자녀 사교육비는 6% 늘어나 같은기간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 증가율(1%)의 6배에 달했다. 이 때문에 식료품(△4%), 주류ㆍ담배(△1%), 보건(△8%), 통신(△3%), 오락·문화(△1%) 등의 소비는 일제히 줄었다. 특히 가계소득이 제자리 걸음인 상황에서 소득 탄력성이 낮은 사교육비 부담은 소비 부진과 내수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과잉 사교육의 광풍은 여전하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게 뻔하다. 빚을 내서 자녀들 교육에 몰두하는 에듀푸어가 60만 가구를 넘는다. 소 팔아 공부시킨다는 ‘우골탑’ 대신 아빠 월급만으론 턱도 없어 엄마도 일해야 한다는 ‘모골탑’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의 사교육 노출, 이대로 괜찮은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5세 아동 10명 중 8명, 만 2세 아동 10명 중 3명 이상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학원 등 반일제 이상의 학원에 다니는 5세 아동의 경우 사교육을 받는 시간이 무려 6시간15분에 달한다.

사교육 문제는 교육제도 보다는 경쟁에 대한 불안감이 근본원인이다. 이미 방과후 수업, 교육방송(EBS)과 수능 연계, 입학사정관제, 선행학습 금지, 자유학기제, 초등 돌봄교실 등 사교육비 억제 정책은 수없이 많다.

대학 간판이 성공을 보장해주리라는 부모들의 그릇된 인식이 문제다. 현실은 사교육 망국론이 나올만큼 심각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한국 사회를 전망하면서 ‘에듀 버블(edu bubble)’을 중요한 키워드로 꼽았다. 우리 사회가 높은 교육열로 인해 적정 수준을 초과하는 교육 투자를 지속하지만 경제가 저성장에 머물면서 교육 투자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교육을 한다고 모든 아이들이 대학에 잘 가는 게 아니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사교육비는 내수경제 침체의 원인이고 은퇴 준비의 걸림돌이다. 결국 황혼녁에 거품은 터진다. 자녀들도 과도한 교육비 지출로 은퇴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해 늘그막에 의료비와 주거비 노후생활비에 허덕이는 부모를 원치 않는다. 과도한 사교육이 자녀는 물론 부모의 노후까지도 망칠 수 있다.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안전망의 문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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