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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석의 영화x정치] “주인이자 시녀”…‘마스터’와 닮은 朴대통령·최순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의문은 단 하나로 귀결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는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났는가?’ 그토록 기이해 보이는 관계 말이다. 미국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2012년작이자 걸작으로 꼽히는 영화 ‘마스터’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발생학적 고찰’로서 훌륭하다. 

여기에 또한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그 중의 한 명, 청년 ‘프레디’(호아킨 피닉스 분)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했다. 엄혹한 시대는 그의 정신과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영화는 프레디가 제 2차 대전에 미국 해병으로 참전한 후 제대하면서 시작된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전쟁의 상흔까지 갖게 된 프레디는 알콜에 탐닉하며 불안과 고독, 왜곡된 충동에 휩싸여 자기 파괴적인 생활을 계속한다.

그러던 중 프레디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온다. 사교(邪敎)의 창시자 ‘랭케스터’(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분)다. 프레디와 랭케스터는 우연한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이끌렸다. 교주로서 대중들에게 ‘금욕’을 설파해야 하는 랭케스터는 비밀이 있었는데, 아무도 모르게 즐기는 술이었다. 프레디는 밀주를 만들어 랭케스터에 바친다. 프레디에게 랭케스터는 정신의 기둥, 마음의 지배자였다. 랭케스터에게 프레디는 교리의 실험대상이자 자신에게 숨겨진 원초적 욕망이었으며, 무엇보다 ‘알콜’의 공급자였다. 프레디는 랭케스터의 교세를 확장하는 데 함께 한다. 일종의 ‘비즈니스 관계’가 된 것이다. 애증의 두 사람은 반복과 화해를 거듭하다 결국 파국적인 결말을 맞는다. 랭케스터는 전후 미국의 신흥종교인 사이언톨로지의 창시자 론 허바드를 모델로 했다.

특검과 검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에 올라 있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과의 관계는 서로에게 주인이었으며 시녀였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프레디와 랭케스터의 상호 심리적 의존관계가 그랬다. ‘사교’와 ‘약물’(알콜)이 매개가 됐다. 박 대통령 스스로가 말했듯 평생 외로웠던 자신에게 ‘가족 같은’ 최씨가 가져다주었을 위안과, 최씨와 박 대통령의 ‘약물처방’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새삼 의미심장하다.

랭케스터와 그 가족에게 포교는 곧 돈을 목적으로 한 사업이었으며 사교는 반드시 돈과 연관된다는 점도 영화 속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후 미국처럼 한국 사회에서도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수많은 신흥종교들이 명멸했고, 그 한 자락이 박정희 정부 시절부터 내려온, 최씨의 부친인 최태민씨 일가에도 뻗쳐 있다는 것은 온 국민에게 주지의 사실이다. ‘마스터’는 개인의 불행 뿐 아니라 전후 시대의 우울과 불안을 먹고 자란 기괴한 관계를 통해 미국 현대사의 황폐했던 한 시기를 보여준다. 심리적이든 물질적이든 무엇에겐가 절대적인 의존을 해야 했던 개인과 시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 또한 단지 특정 개인들의 불행이나 일탈 뿐 아니라, 그것을 허락했던 우리 시대의 허약함이다. 이제는 청산해야 할, 짧지 않은 역사 말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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