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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밤]살고 싶은대로 살다보니, 꿈이 따라왔다
한 ‘시도덕후’의 버킷리스트 정복기

[<편집자 주> 젊음은 꿈을 먹고 사는 존재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꿈, 참 녹록치 않습니다. 꿈이 뭔지, 주변 시선이,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내 안의 불안함이 결국 발목을 잡곤 하지요. 그 꿈이라는 녀석 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는걸요. 이대로 괜찮은지도 말이지요. 꿈이 빛나는 밤(꿈밤)은 꿈을 꾸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 장터입니다. 차근차근 꿈을 ‘증명’해 나가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HOOC은 팟캐스트 꿈밤을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HOOC=오드리]‘시도’ 덕후. 그는 자신을 그렇게 규정했다. 잃을 게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다 했다. 두둑한 배짱. 무한 긍정. 종합광고홍보대행사 셜록의 공동창업자 배은지(29ㆍ여) 대표를 만났다.
배은지 셜록 공동 대표(사진=꿈밤)

“갈까 말까 고민될 땐 가라. 할까 말까 고민될 땐 해라. 시도 덕후의 시도 공식입니다. 시도 하고 잘 안되면요? 비밀로 하면 돼요.”

무일푼 창업. 신길 재개발지구서 곧 헐릴 8평짜리 원룸을 자리 삼아 직원 둘이 시작한 사업은 1년 6개월새 직원7명 매출 7억원의 회사가 됐다. 드립(?)과 끼로 무장한 상상은 머릿 속을 튀어 나와 현실이 됐다.

8평짜리 사무실은 두 차례 이사를 거치며 몸집을 키웠다. 카페 셜록과 사무실 셜록으로. 셜록을 좋아하고, 셜록이 되고싶다는 요 ‘이상한 광고회사’. 어떻게 탄생했냐고?
“퇴사 할까 고민될때 해라. 창업 할까 말까 고민될 땐 해라. 잘 안되면? 비밀로 하자!”
회사(홍보대행사)를 그만두고 버킷리스트의 절반을 이뤘다는 배 대표.
‘시도 덕후’ 배은지 대표에게 재미있는 일로 먹고 살 용기에 대해 물었다.

▶본인을 ‘탁월한 낙천가’ 혹은 ‘시도 덕후’로 소개한다. 꿈밤과 HOOC 독자들에게도 인사 부탁한다.
▷살고싶은대로 살다보니 이렇게 흘러온, 배은지라고 합니다. 하하.

▶철도대학을 나와 외국계 철도회사를 다니다 돌연 편입을 했다. 졸업 후 국내에서 가장 큰 홍보 대행사를 다니다 이번엔 회사를 그만두고 대표가 됐다. 안정과 정착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점심시간마다 ‘노예’가 된 듯 했다. 밥 먹고 나면 주인님을 위해 일하러 가야할 것 같고. 하하하. 특히 병가나 급여를 마주 할때 마다 나의 몸값을 고민하게 되더라. 조금 더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회사를 다니는 나는 행복한가 의심이 들었다.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플랜 B를 생각하지 않는다. 플랜 A만 생각하면서 그냥 달린다.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성이 찬다. 
모 아이돌 오디션 프로를 연상시키는 배 대표의 상큼 터지는 강의 영상. 지금 당장 유튜브에서 검색해보자 [사진=꿈밤]

▶고등학교때 공무원을 꿈꿨다고.
▷굳이 4년제를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철도 대학에 진학했다. 스물 한살에 공무원처럼 살게 됐는데 적성에 맞지 않더라. 1년 하고 접었다. 마침 토익 점수가 있어서 숙명여대에 편입했다.

▶무지하게 행동이 빠르다. 액션, 액션, 액션! 배은지 대표의 장점인데?
▷내가 생각해도 빠르다. 하고 싶으면 바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했을 때 사회적인 낙인이 찍히거나 본인 스스로가 작아지는 느낌을 두려워해서 고민한다. 나는 그런 부분을 별로 신경 안 쓴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일단 무언가 하고 싶을 땐 비밀로 하고 무조건 하고 본다. 잘 안되면 어떤가. 아무도 모르는데. 실패했을 때의 두려움이 기본적으로 없기 때문에 머리 속에 떠오르는 무엇이든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만약 남들처럼 4년 대학에 다닌 뒤 공무원 시험을 봤다면 준비기간 1~2년을 고려해 스물 여덟에나 공무원이 됐을테고 그때서야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을 거다. 빠르게 행동해서 창업도 빨랐다. 물론 창업도 종착지는 아니다. 더 재밌고 더 행복한 일이 있다면 그곳을 찾아 갈 것 같다.

▶무일푼 창업으로 6개월만에 매출 1억. 내년엔 20억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셜록,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어려움이 없다고 하면 그게 더 거짓말 같은데.
▷운 좋게도 지금은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창업을 할 수 있는 시대다. 금수저도 아닌데다 당시 결혼까지 준비 중이었다. 어디 돈을 끌어다 쓸 형편이 아니었다. 일단 ‘응가 프로젝트’로 정부 지원금 3000만원을 받았다. 그게 셜록의 시드 머니가 됐다.

▶응가 프로젝트?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다 재밌겠다 싶어서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모든 현대인들의 고민, 그러나 입밖으로 꺼내는 건 살짝 금기시 돼 왔던 ‘응가’ 이야기를 터 놓고 해보자는 일종의 어플리케이션 사업이었다. 아이디어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일단 창업은 했는데 수익화가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접었다. 쿨하게. 하하하.

▶아이템이 아까워서 페스티벌로 응가를 ‘승화’했다.
▷‘응가=현대인의 스트레스’라는 주제로 지난 4월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2주만에 크라우드펀딩 300만원을 받아 귀여운 ‘응가’ 캐릭터를 새긴 기념품을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무실에서 '열일'하고 있는 셜록 사람들 [사진=꿈밤]

▶정부부처의 홍보를 맡아 본격적인 대행사 사업을 시작했다. 첫 클라이언트는?
▷빽도 돈도 없으니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돈 벌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단 나라장터에 사업자 등록을 했다. 기존 회사에서는 불가능한 ‘드립’과 ‘끼’를 아이디어에 꾹꾹 눌러 담았다. 그리곤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첫 클라이언트가 됐다. 레퍼런스가 하나도 없는 기업에게 일을 맡긴건 처음이라고 했다. 클라이언트의 우려를 보란듯이 씻어주고 싶었다. 우리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하루를 바쳤다. (결과는?) 대성공.

▶주변 반대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창업 당시 어머니가 입원 중이셨다. 회사 그만 두겠다고 하니까 ‘도대체 왜 너 까지 그러냐’고 했다. 정부 지원금 받을 수 있고, 손 안벌릴 수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잘 설명을 드렸다. 결혼 하면 시댁 허락까지 맡아야 한다. 엄마딸 한번만 믿어달라고 읍소했다. 안되면 그때 다시 취업하겠다고 했다.

▶회사명이 셜록이다. 8평짜리 원룸 사무실이 18평짜리 카페 셜록으로 변신하기도 했는데, 왜 하필 셜록이었나.
▷셜록은 이상한 괴짜 탐정이다. 개성이 강하고, 집요하다. 근데 이걸 긍정적으로 풀어낸다. 이상한데 주어진 의뢰는 완벽하게 해결한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셜록같은 에이전시가 되고 싶어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드라마 셜록의 명장면, 하지만 배은지 대표의 셜록은 친구가 많다. 정말 많다 [사진=셜록 캡쳐]

(18평 짜리 사무실겸 카페인 셜록은 앞으로 예술인들에게 대여될 예정이다. 현재 셜록은 열정도 초입에 사무실을 얻었다. )



▶셜록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영업없는 광고홍보 대행사 가능한 일일까.
▷실력을 알아봐줄수 있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는게 셜록이 가진 능력이다. 셜록은 우리나라 영업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불리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젊은 여자기도 하고, 유부녀기도 하고... 영업을 하느니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겨뤄보자고 했던 것 같다. 응가대전이나 LG생활건강의 <피지의 왕국> 영상 같이 결과물을 보고 클라이언트가 셜록을 찾는다. 
진지하게 셜록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배은지 공동 대표. 눈에서 우주의 기운, 아니 시도덕후의 기운이 느껴진다 [사진=꿈밤]

▶셜록 프로젝트. 그간 작업들을 쭉 지켜보면 일단 재밌다는 생각부터 든다. 재밌으니까 한번 더 눈길을 주고픈. 셜록 프로젝트의 차별점이 있다면.

▷우리가 내는 아이디어는 ‘좀’ 다르다. 실제 경쟁PT에 들어갈 때에도 듣는 사람이 웃으면 성공한 것이고, 웃지 않고 심각한 얼굴을 했다면 실패한 것이다. 셜록은 재미있고 유쾌한 아이디어를 좋아한다.

▶그래서 셜록의 차별점은?
▷날 것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고퀄리티로 만든다. 가성비가 좋다. 셜록의 평균나이가 28.7세다. (부럽다!)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가 많고, 특히 그런 것을 좋아하는 2030을 타겟으로 한 클라이언트의 문의가 많다. 수주율이 95%다.

▶지금 이순간에도 창업을 꿈꾸고 망설이는 분들 많다. 먼저 창업한 사람으로서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지.
▷창업할때 3가지를 꼭 지키라고들한다. 첫째, 비즈니스 모델 둘째, 자본금 셋째, 인력확보. 셜록은 이 3가지가 모두 없었다. 완벽한 상태에서 창업은 불가능하다. 창업을 하고 싶다면 못할 이유 대신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플랜 A만 생각하자. 내 친구도 하는 창업 나라고 못할쏘냐!

▶배은지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느냐.
▷긍정 파워. 사실 단점이기도 하다. 나는 최악을 생각하지 않는다. 최낙연 대표(셜록 공동 대표)는 아예 반대다. 그 친구는 최상을 생각하지 않는 친구다. 그래서 동업할때 잘 맞았다.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는 관계. 하하하.

▶회사를 그만 두면서 스무살때 작성한 버킷리스트 15개 가운데 13개를 이뤘다고 했다. 참 소박하고 귀여운 내용이 많다. 무엇을 이뤘는지 독자들에게 소개 좀 해달라.
▷남자친구랑 천일 사귀기, 30대가 되기 전에 결혼하기, 캠퍼스커플(CC)해보기. 소개팅하기, 유럽여행가기, 카페 사장 되기, 공무원 되기, 내 회사 세우기, 신문기사 나기. 푸하하. 아참, 작가의 꿈도 이뤘다.

▶배은지 대표 외에도 또 하나의 수식어가 있다. 바로 작가님이란 이름. 책 소개좀 해주시죠.
▷지난 6월에 회사를 때려치고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이야기를 묶어 에세이로 냈다. 날씨 때문인지 아이슬란드 여행기는 보통 우울하고 고독하다. 그래서 밝게 다녀왔다. (배 작가의 책은 ‘딱 10일동안 아이슬란드’라는 이름으로 미래의창에서 출판됐다. 정말 재밌다!)

▶남의 꿈을 엿듣는 일. 참 설레는 일이다. 버킷리스트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인다.
▷좋은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는 엄마가 되는 것이 꿈이다. 얼마전에 강연 하기도 리스트에 넣었는데 금방 강연을 하게 됐다. (그는 서울시청 시민청, 삼성전자에서 청년창업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TEDX 에도 ‘시도덕후’를 주제로 데뷔했다.)
'시도덕후'로 TEDX에 데뷔 한 배은지 대표. [사진=꿈밤]

▶2017년 새로운 버킷 리스트는?
▷스킨스쿠버다이빙하기, 패러글라이딩 해보기, 셜록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내기 등이 있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헬조선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 시대다. 취업 하기 참 어려운 환경인데, 취업준비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한다.
▷요즘 강연을 다니면, 취업을 해야하나요? 창업을 해야하나요? 라는 질문을 참 많이 듣는다. 그럴 때면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한다. 인생은 길다. 사회 초년생이 사회 경험을 하는 것은 마치 적금을 드는 것과 같다. 적금은 이율이 낮지만 목돈을 가장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안전한 상품이다. 사회 생활도 마찬가지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경험치를 쌓는 ‘목경험’이 필요하다. 수많은 소개팅, 미팅에도 나가보고, 때론 퇴짜도 맞아 보고 매달려도 보고 하다가 좋은 남자를 만나면 된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전에 다니던 프레인은 홍보광고의 매력을 알게한 남자였고 이렇게 내가 원하는 방향을 일깨운 고마운 남자이기도 하다.

▶셜록과는 오래 갈 것 같은지
▷셜록은 내가 선택한 남자니까? 사실 이전 회사 생활이 없었다면 지금은 셜록과 배은지는 없었다. 전남친이 있었기에 지금 내 남편의 소중함을 아는 것과 비슷하다. 취업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 대신 내가 원하는 걸 하려면 어떤 식으로 취업을 하는게 도움이 되는지 고민을 해보면 좋겠다.

▶맞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고민해봐야.
▷쓰레기 같은 남자를 만나봐야 어떤 남자가 쓰레기인 줄도 안다.

▶배은지의 꿈은?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셜록도 그랬으면 좋겠다.


ggoomb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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