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형이상학(알랭 바디우 지음, 박성훈 옮김, 민음사)=훌륭한 직업, 적당한 보수, 무쇠 같은 건강, 명랑한 부부 관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휴가, 유쾌한 친구들, 잘 갖춰진 집, 쾌적한 자동차…. 많은 이들이 꿈꾸며, 소유하면 행복할 거라 믿는 대상들이다. 이들을 끊임없이 갖고 소비하면 과연 행복한 삶일까.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급진적인 행동가 알랭 바디우는 이런 대상들을 점유하는 건 ‘만족’이며, 행복은 만족으로 환원될 수 없다고 말한다. 바디우는 행복과 만족을 명백히 구별한다. 만족은 나의 개인적 이익이 세계가 나에게 제공하는 것과 부합하는 경우이다. 바디우가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은 좀 더 고전적이다. 행복이란 참다운 삶, 참된 삶을 추구하는 도정이다. 빛나는 삶을 획득하기 위해 스스로 새로운 행복을 선택하고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 주체로 사는 것이다. 더 이상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능해진 세계에서 실천을 통해 진리와 행복에 다가가는 길을 제시한다.
▶반지성주의(모리모토 안리 지음, 강혜정 옮김, 세종서적)=‘미국 정치는 전환기에 반지성주의가 등장하는 전통이 있다’. 국제기독교대학의 안리 교수는 트럼프의 당선을 이같이 해석한다. 미국은 아이젠하워, 레이건, 조지 부시 등 대중의 지지를 얻은 이른바 정치 아마추어가 주류인 지적 엘리트를 꺾고 정치를 변경하는 역사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반지성주의 뿌리를 변질된 기독교에서 찾는다. 미국식 신앙부흥운동이 그것. 독립 전 미국을 흔들었던 1차 신앙운동, 19세기 서부개척 당시의 2차 신앙부흥운동 등이 그 뿌리라는 것. 여기서 반지성주의는 ‘지성에 반대한다’는 의미라기 보다 자기성찰이 결여된 지성에 대한 반대, 지성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특권계층에 대한 반감이자 반발이다. 저자는 미국의 종교사를 풀어헤쳐 나가면서 반지성주의의 기원, 의미, 역사적 역할, 효용 등을 설명해 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