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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김필수] 못 믿을 운전기사2
‘못 믿을 버스기사’ 교체 여부를 이 칼럼에서 다룬 게 지난달 16일이다.

운전을 제대로 못해 승객을 위험에 빠뜨린 운전기사는 결국 교체하기로 했다. 스스로 내려오지 않아, 지난 9일 강제수단이 동원됐다. 당분간 운전은 못하고, 옆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한다.(※국정운영을 제대로 못한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의 길을 걷고 있다. 하야하지 않아, 지난 9일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됐다. 최장 180일이 걸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대신 절차에 따라, 버스회사가 지정한 대리기사가 들어왔다. 그런데 일부 승객 대표들이 대리기사에게 주의를 줬다. “원래 당신은 안 되는데, 사정상 그냥 앉혔으니, 운전대만 잡고 있어. 뭔가 다른 걸 하려면 반드시 우리와 상의해야 돼. 안 그러면 바꿀 수도 있어”(※헌법 제71조에 따라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야권은 말그대로 대행일 뿐이라며 황 권한대행이 국회와 상의 없이 인사권과 중요정책을 집행하면 안된다고 했다. 이를 어기면 교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대리기사는 “그러겠다”며 운전을 시작했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경적도 울리고, 브레이크도 밟는다. 때론 속도도 내고, 좌우회전도 한다. 와이퍼도 돌리고, 기름도 넣는다. 앞뒷문도 열고 닫는다. 그리고 혼잣말을 한다.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 그런데 곧바로 태클이 들어온다. “운전대만 잡고 있으라니까”

어떤가. 누가 더 부당해 보이는가. 대리기사인가, 윽박지르는 사람들인가. 기본작동까지 일일이 허락을 받아가며 운전하는 건 가당치 않다. 비유컨대, 임기만료된 공공기관장 인사는 기름을 넣는 것과 같고, AI 대응ㆍ긴급경제대책 등은 말하자면 브레이크나 가속기를 밟는 것과 같다. 물론 황 권한대행이 법적 논란이 있는 장관 임명권, 조약 체결권 등까지 행사하는 건 분명 다툼의 여지가 있다. 월권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이 때는 야권의 제동에도 명분과 일리가 있다.

교체 압박은 어불성설이다. 그야말로 월권이다.탄핵은 법적 절차다. 권한대행은 법적 절차에 따라 헌법적 위상을 부여받았다. 무슨 근거로, 어떤 수단에 의해 교체하겠다는 건지. 극단적으로 황 권한대행이 직무와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다면 역시나 탄핵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지금은 그런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탄핵 심판중인 헌재를 압박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나 여론몰이도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탄핵은 법적 절차다. 앞으로 박 대통령과 국회 간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헌재는 최후의 헌법수호자다. 그런만큼 신중하고, 엄중하다. 정치적 판단도 가미하는 헌재라지만, 무게중심은 법리적 판단에 있다. 9인의 재판관을 정치적 또는 정서적으로 압박하는 건 옳지 않다. 국정수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라고 촛불민심을 모를까.

헌법학 대가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헌법에 의해 마련된 궤도를 이탈하는 정치는 이미 헌법적 상황이 아니다. 폭력적 상황에 다름 아니다”고 일갈한 바 있다. 이미 궤도를 이탈한 열차가 있다. 한 대로 족하다. 추가 발생은 국민을 향한 추가 폭력이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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