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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화약이 삽에 끌려 폭발? 사고원인 여전히 의문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 수사당국이 지난 13일 울산 군부대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군은 약 5㎏의 화약이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버려졌고, 병사들이 들고 다니던 삽 등의 연장이 땅에 부딪히며 발생한 불꽃 때문에 화약이 점화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군 당국은 13일 사고 원인에 대해 군 훈련에 효과음 용도 등으로 사용되는 폭음탄의 화약이 분리된 채 길에 뿌려져 지나다니던 병사들의 삽 등에 부딪혀 폭발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사진은 군 훈련 장면. [사진=육군]


그러나 왜 화약이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그냥 버려졌는지, 병사들은 왜 그 위를 아무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지나다녔는지, 사고 직후 폭발은 왜 훈련장 내 모의건물에서 발생했다고 발표됐는지, 화약이 길에 버려진 뒤 어떻게 2주간 방치될 수 있었는지, 또 2주 동안에는 왜 아무 이상이 없었는지, 철제 연장이 땅에 부딪힌 불꽃 때문에 과연 ‘쾅’하는 큰 폭발로 연결될 수 있는지 등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육군 53사단 헌병대는 사고 다음날인 14일 울산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장병들이 훈련용 폭음통 1600여개의 화약을 분리해 바닥에 버린 것이 갈고리나 삽 등이 땅에 끌리며 발생한 불꽃에 의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정영호 헌병대장은 “사고 후 ‘12월 1일 장병들이 훈련용 폭음통 화약을 분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 이 부대 탄약관인 이모 중사 등을 추궁했다”면서 “이 중사는 처음에 ‘부대 도로 등에 던져서 폭약통을 소모했다’고 허위 진술했으나, 이후 ‘화약을 분리해 바닥에 버렸다’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정 대장은 “이 중사는 훈련일지에 폭음통을 제대로 소모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한 뒤 정보작전과장에게 ‘탄약 검열에 대비해 폭음통을 소모해야 한다’고 알렸다”면서 “이런 보고를 받은 대대장은 폭음통의 폭발력 등 위험을 알면서도 ‘비 오는 날 여러 차례 나눠서 소모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중사는 폭음통을 개별로 소모하지 않고, 폭음통 화약을 따로 분리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이 중사는 부대 소대장에게 도움을 청했고, 소대장은 지난 1일 시가지 전투장 내 한 구조물 옆에서 사병 4명을 동원해 폭음통 1600여개의 화약을 분리해 바닥에 버렸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이 작업에 참가한 소대장과 병사 4명, 이 작업 지원을 요청한 탄약관 등 6명은 결국 약 5㎏의 화약을 사람들이 다니는 길 바닥에 버렸다.

군은 이 사실을 모르는 병사들이 13일 오전 낙엽 청소 후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하는 도중에 병사들의 삽과 갈고리 등이 땅에 부딪혀 발생한 불꽃에 의해 폭발이 일어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군부대에서 탄약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탄약관이 왜 위험성이 높은 화약을 5㎏ 가량 다량으로 모아 사람들이 다니는 길 바닥에 버렸는지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훈련용 폭음통 1발에는 약 3g의 화약이 들어있지만 1600여개의 화약 3g을 한 곳에 모으면 약 5㎏의 폭발물이 된다.

또한 사고 당일 병사들이 왜 화약이 집중적으로 버려진 길 위를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건너다녔는지도 의문이다. 또한 사고 직후 군 당국은 훈련장 내 모의건물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발표했으나 다음날 군 헌병대는 길 위라고 발표한 것도 이상한 부분이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화약이 버려진 길 바닥이 모의건물 근처였고, 모의건물의 피폭 형상도 내부에서 외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내부로 가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12월 1일 길 바닥에 흩뿌려진 5㎏ 가량의 화약이 12월 13일 사고 발생시점까지 약 2주간 어떻게 그대로 방치될 수 있었는지도 의문거리다. 사람들이 이 일대를 계속 지나다녔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화약이 바닥에 뿌려져 있었다면 2주간 사람들의 왕래로 폭발력은 더욱 약해졌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화약이 시간이 흐르면서 보도블럭 등의 모서리에 집중적으로 모이게 되었고, 이런 부분이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12월 1일부터 약 2주 동안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다가 갑자기 사건이 발생한 정황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하루 일과가 비슷한 병사들이 2주간 이 일대를 자주 왕래했을텐데 왜 하필 13일이 흐른 시점에서야 사고가 발생했느냐는 것.

아울러 포장도 안 된 도로에 흩뿌려진 화약이 삽이나 갈고리와의 마찰로 과연 폭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길 위에 버려진 화약이 보도블럭 모서리 등에 끼인 상태에서 삽이나 갈고리가 땅에 부딪히면서 발생한 불꽃이 폭발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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